이탈리아 등 국채금리 급등에 채권시장 분절화방지 프로그램 도입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1일(현지시간) 11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다.
첫 인상폭으로는 0.25%포인트(P)가 예고됐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급등세를 보이면서 인상폭을 0.5%P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유럽 채권시장이 분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ECB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CB는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수신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25%P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에서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2011년 7월 13일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이 경제전문가 6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1명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0.25%P 인상을 점쳤다.
이렇게 되면 현재 -0.50%인 수신금리의 경우 -0.25%로 인상되는 데 그쳐, 정책금리 중 하나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게 된다.
ECB는 또 추가금리 인상은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ECB 통화정책회의 내부에서도 '점진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천천히'라는 뜻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 2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22명은 ECB의 통화정책이 경제상황 전개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후 지난달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 물가가 1년 전보다 8.6% 치솟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서 인상폭을 0.5%P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ECB가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5%P 인상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물가가 예상보다 급등한 데 따른 조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이번달에 0.25%P 넘게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점진적인 인상이 적절하지 않은 분명한 조건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 기대를 무력화할 정도의 높은 물가상승률이나, 잠재성장률에 장기적인 손실이 발생할 조짐이 있는 경우 우리는 부양조처를 빠르게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DZ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0.5%P 인상이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통화정책위원들은 전달 회의에서 더 작은 인상폭을 예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ECB는 금리인상과 함께, 이탈리아 등의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유럽 채권시장 분절화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ECB가 특정국가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특정 국가 국채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이(스프레드)가 기준치보다 확대되거나 국채금리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적용될 전망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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