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부상자들을 병원에서 치료해 달라는 서방 국가들의 제안을 거절한 스위스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위협하는 지뢰·폭발물 제거 작업에 대해서는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 홈페이지에는 스위스군이 인도적 차원에서 지뢰제거 노하우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입장문이 게시돼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 18일부터 게시한 이 글에서 "전쟁 이후로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및 불발탄으로 오염된 지역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군은 우크라이나의 민간 전문가를 스위스로 초청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연방정부는 지뢰 제거 지원사업의 구체적 진행 계획도 제시했다.
스위스는 초청 대상자인 우크라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여행 비용과 숙박비를 부담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평화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아 스위스군과 제네바국제지뢰제거센터(GICHD)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는 GICHD의 도움을 얻어 8만개 이상의 지뢰 및 폭발물이 안전하게 제거되기도 했다고 연방정부는 소개했다.
연방정부는 "스위스군은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인도적인 차원의 지뢰 제거 작업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서 부상한 이들을 병원에서 치료해 달라는 나토의 요청에 대해서는 거절한 바 있다. 부상자 중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군사적 중립을 지키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게 거절 사유다.
부상자 치료 문제에서 중립국 원칙을 고수하는 연방 정부의 태도를 두고 스위스 내부에서도 인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루트 드라이푸스 전 스위스 대통령은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활동을 위한 나토의 파트너십에 동참하고 있다.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다친 사람을 돌보는 건 의무"라며 연방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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