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원화 가치가 최근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일조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21일 '한국의 거대 연기금, 원화 하락을 이끈 힘'이라는 기사에서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15일 1,326.1원까지 오르며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9% 넘게 떨어져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다.
여기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일조했다는 것이 로이터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5월까지 해외 채권과 주식 등을 약 100억달러(약 13조2천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상반기 한국의 무역적자 103억6천만달러(약 13조6천원), 국내 증시에서의 해외자금 유출 125억3천만달러(약 16조5억원)와 함께 원화 가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내린 것은 한국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다"며 "국민연금은 역내 시장에서 한 쪽으로 편향된 달러 수요를 발생시켜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산규모가 한국 경제 규모와 비교해 큰 편이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7천20억달러(약 919조6천억원)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할 정도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27%에서 지난해 44%로 커졌고, 2024년엔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나 한은은 국민연금에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
로이터는 미국 재무부조차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를 인지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재무부가 최근 반기 외환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증가를 언급한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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