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우리는 고타바야 집에 보낸 사람들…당신도 돌려보낼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가 부도사태와 정국 혼란으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를 이끌어갈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스리랑카 데일리 미러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식을 하고 8대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자얀타 자야수리야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 와중에 해외로 도피한 뒤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끝나는 2024년 11월까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전력난으로 취임식 생중계마저 무산되는 등 정국 운영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최근 에너지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 부도 사태로 휘발유와 가스 등 필수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9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점거했다. 이 일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 결국 사임했다.
9일 시위로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도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했고, 위크레메싱게도 이를 수락했다.
그러자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3일 총리 집무실을 점거하는 등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권력 의지를 드러냈고, 결국 지난 20일 국회에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달라스 알라하페루마 전 장관을 지지했지만, 다수당인 여권에서 위크레메싱게를 지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위크레메싱게가 대통령에 오르면서 스리랑카에서는 그를 반대하는 시위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번 시위의 상징적 장소인 대통령 집무실 앞에 모여 의회의 선출이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며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 지도자인 승려 탐피티예 스가난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타바야를 집으로 보낸 사람들"이라며 "당신(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 부도 사태와 함께 그를 반대하는 시위가 가열되는 상황에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한 상태다.
당장 급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IMF 지원을 받아 필수 수입품 수입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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