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스리랑카의 교훈…달러가 막히면 원화도 막힌다

입력 2022-07-23 07:07  

[특파원 시선] 스리랑카의 교훈…달러가 막히면 원화도 막힌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가 부도 사태와 대통령 사임 등 혼란에 빠진 스리랑카를 취재하기 위해 스리랑카 콜롬보에 갔다. 공항에 도착해 도착 비자를 받으려고 이민국에 가니 비자 받으려고 기다리는 외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비자비가 40달러라 적혀 있어 100달러를 건네자 거스름돈으로 60달러(약 7만8천600원)가 아닌 2만1천500 스리랑카 루피를 줬다. 달러를 냈으니 거스름돈도 달러로 달라고 했지만 달러가 없다며 거절당했다.
4일간 정신없이 지내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자 거스름돈으로 받았던 스리랑카 루피가 생각났다. 루피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 우리 돈으로 약 5만원 정도가 남아있었다.
언제 스리랑카에 다시 올지 모르니 다 쓰고 가자 마음먹고, 공항 면세점에 갔다. 아내 립스틱 하나 사면 딱 맞겠다 싶었는데, 면세점에서는 달러로만 계산할 수 있다며 스리랑카 루피를 받지 않았다. 스리랑카에서 왜 루피를 못 쓰냐고 물었지만, 외환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규모 외채를 안게 됐다. 여기에 2019년 부활절 테러 사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 수입원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외화 수입이 끊기며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런데도 스리랑카 정부는 실정을 이어갔고,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됐다. 이후 스리랑카에는 휘발유와 가스 등 필수 수입품의 수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길에는 움직이는 차보다 서 있는 차가 더 많고, 주유소 앞에서는 휘발유를 얻으려고 며칠 밤을 새우며 기다려야 한다.
4일이나 스리랑카에 있으면서 60달러어치의 잔돈이 대부분 남은 것도 경제 위기 때문이다. 휘발유가 없어 택시가 다니지 않으니 1시간 거리는 걸어 다녔고, 택시비 낼 일이 없었다. 호텔에서는 루피보다는 달러나 카드 결제를 원했다.
거리의 상점들도 죄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거나 기사 쓰기 위해 카페에 들어갈 때 외에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달러가 막히니 스리랑카 루피도 막힌 것이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달러가 끊기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다.
스리랑카와 한국 경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반면교사 삼을 여지는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의 아픔이 있는 한국은 신흥국에 외환위기가 올 때마다 아직도 "혹시 한국도…"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두 나라는 사실상 섬나라라는 점, 주변에 대국(한국은 중국, 스리랑카는 인도)이 있다는 점, 수출할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같다. 특히 스리랑카 경제가 관광산업에 집중됐다면 한국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됐다는 점이 비슷하다.
스리랑카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테러와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무너졌다. 한국도 전혀 예상 못 한 일로 반도체 산업이 하루아침에 휘청일 수 있다. 스리랑카 상황이 '인도 근처에 있는 어디 후진국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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