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특위 8차례 공개청문회로 '의회 폭동 트럼프 책임론' 부각

입력 2022-07-23 01:55  

美하원특위 8차례 공개청문회로 '의회 폭동 트럼프 책임론' 부각
트럼프 측근 증언 등을 토대로 다각적으로 1·6 폭동 재조명 평가
'재선 결심' 트럼프 정치적 타격…공화당 내 지지는 여전히 견고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작년 1월 발생한 이른바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조사 중인 미국 하원의 특위가 8차례의 공개 청문회를 마치며 1차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위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진행되면서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받았으나 여덟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1·6 폭동 사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상당 정도 부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6사태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다각적으로 폭동 사태를 재조명하면서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도 어느 정도 공감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지난달 9일 황금시간대 생방송으로 처음 시작된 특위 공개 청문회의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식당 벽에 던진 케첩을 닦았다는 25세 케이트 허친슨의 증언이 많이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비서실장인 마크 메도스의 핵심 참모인 그는 지난달 28일 예정에 없이 진행된 6차 공개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가 무장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로 몰려가면서 폭력사태로 번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특히 지지자들이 의사당으로 몰려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기에 합류하길 희망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 전용 차량 '비스트'의 운전대를 탈취하려고까지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백악관 안팎 상황에 대한 그녀의 생생한 이런 증언에 대해 '충격적인 디테일'이라고 평가하는 등 크게 주목했다.
다만 운전대 탈취 증언을 놓고는 당시 차량에 있던 운전사와 경호원 2명 모두 부인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날 진행된 공개청문회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직 백악관 직원이 허친슨과 유사한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특위의 공개청문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했던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부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청문회에서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마이크 펜스 전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의 사회자인 펜스 전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3차 청문회에서는 펜스 전 부통령이 이런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인지하고 있다는 문서가 공개됐다. 알면서도 불법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뿐 아니라 법무부도 집중적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5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제프리 로즌 전 법무부 장관 대행 등이 증언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4차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애리조나주 등 경합주의 고위 당국자와 의원 등을 압박하고 모두 7개 주에서 이른바 '선거인단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증언과 증거 등이 제시되기도 했다.
전날 진행된 8차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동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나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다.
공화당 소속인 리즈 체니 특위 부위원장은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이용해 국가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의사당과 우리 헌법을 공격하는 무기로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런 하원 특위의 청문회 활동은 오는 2024년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부 정치적 타격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부분적으로나마 의회 폭동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 33%에서 7%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ABC방송의 19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5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청문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일정 정도 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내부 정치적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조사(12일)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49%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5%에 그쳤으며 청문회 과정에서 재평가를 받은 펜스 전 부통령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차 공개 청문회 직전에 1·6 폭동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거운동"이라면서 방어했으며 청문회 과정에서도 수시로 정치적 편향성 등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면서 대응했다.
그는 전날 청문회에 대해서는 '캥거루 법정'이라고 비판했다. 캥거루 법정(kangaroo court)은 일부 인사들이 특별한 증거 없이 특정인을 범죄자로 규정하려는 엉터리 법정이라는 의미다.
나아가 이번 청문회에서 스타로 부상한 체니 부위원장의 경우 다음 달 16일 공화당 경선을 앞두고 있는데, 경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친트럼프 성향의 경쟁자보다 22%포인트나 지지율이 낮은 상태라고 CNN 방송이 전했다.
특위는 8월 휴회기를 마친 뒤 9월에 다시 청문회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애초 8차 청문회를 끝으로 이후 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으나 증거와 증언이 몰리고 있다는 이유로 추가로 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청문회가 계속될 경우 정치적 공방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특위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의견을 포함할 경우 논란이 더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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