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향한 소주병 투척 대응 소개…퇴임 후 경호 주목
"일본 경찰청, 경호 체제 30년만에 대폭 수정 방침"…내년 G7 대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소주병이 내던져지자 불과 2∼3초 만에 십수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달려왔다. (중략) 이중삼중으로 둘러싸고 방탄 커버를 올렸다."(요미우리신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당시 경호가 매우 허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미디어는 올해 3월 대구에서 40대 남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졌을 때 경호팀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기사를 23일 지면에 싣고서 "경호원들의 움직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당한 사건과는 대조적"이라고 논평했다.
신문은 아베 전 총리를 향한 발포 후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이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를 제압하러 달려든 것에 대해서 "경호원의 역할은 본래 용의자 체포가 아니라 요인(要人)의 안전 확보다. 제2·제3의 공격이 어디서 올지 모른다. 평소와는 다른 사태가 벌어진 경우 요인을 덮어서 가리거나 엎드리게 해서 목숨을 지킨다"고 지적했다.
사건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야마가미는 약 3초 간격으로 두 차례 발포하는데,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은 첫 번째 총성이 들린 직후 아베 전 총리를 둘러싸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첫 번째 총성을 듣고 뒤를 돌아봤으며 이어진 두 번째 발포 후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요미우리는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원 약 400명 체제로 대통령과 그 가족 경호를 담당하며 대통령은 임기 후에도 최장 15년 동안 재임 중과 거의 같은 수준의 경호를 받는다고 한국의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이 미국과 비교하면 총기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가운데 총격 가능성에 대한 일본 경호팀의 판단 자체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인 경호에서 총격을 가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방에서 습격자가 칼을 들고 달려드는 것과 같은 위험을 크게 인식해 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일본의 경호 실태를 설명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일반인이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총기를 제작할 가능성도 있으며 야마가미 역시 직접 만든 총으로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하는 등 일본에서도 총을 사용한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1992년 발생한 가네마루 신 당시 자민당 부총재 피격 사건을 계기로 마련돼 30년간 이어진 경호 체제를 재검토해 대폭 수정할 방침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는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새로운 과제이며, 내년에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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