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테이전'이 현실로? 이런 바이러스도 약점 있다

입력 2022-07-23 15:41  

영화 '컨테이전'이 현실로? 이런 바이러스도 약점 있다
홍역ㆍ니파 바이러스, 기질 단백질서 치료제 표적 발견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파라믹소 바이러스(Paramyxoviruses)는 언제든지 팬데믹(대유행)을 몰고 올 수 있는 위험한 병원체다.
니파 바이러스와 홍역ㆍ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ㆍ뉴캐슬병ㆍ개(犬)홍역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파라믹소 계열에 속한다.
홍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어떤 바이러스도 필적하지 못한다.
홍역 환자 한 명이 기침하면 같은 방에 있던 백신 미접종자 100명 중 약 90명이 감염된다.
니파 바이러스는 홍역 바이러스만큼 전염력이 강하지 않다.
하지만 감염자의 40% 내지 9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만약 홍역만큼 전염력이 강하고 니파만큼 치명률이 높은 파라믹소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인간의 상상력은 이미 '컨테이전'(Contagion)이란 영화에서 어떤 참상이 빚어질지 보여줬다.
2011년 공개된 이 영화는 이 정도 파괴력을 가진 파라믹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나리오로 제작된 것이다.
그런 팬데믹이 현실로 닥친다면 정말 강력한 파라믹소 바이러스 치료제가 필요할 거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다행히 그런 치료제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역 바이러스와 니파 바이러스를 놓고 '생명 주기'(life cycle)의 핵심 단계를 관찰해 바이러스의 치명적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0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논문은 이 학술지의 다음 호 커버스토리로 편집될 예정이다.




이 연구의 핵심 성과는 바이러스 학계의 오랜 미스터리인, 바이러스 입자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풀어낸 것이다.
캡시드(capsid)로 싸인 수많은 바이러스 입자가 세포막에 모인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무엇인지는 몰랐다.
LJI 연구팀은 이번에 파라믹소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숙주 세포의 지질(lipid)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냈다.
'바이러스 조립'(viral assembly) 과정을 포착하는 덴 엑스레이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과 첨단 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이미징 기술이 동원됐다.
바이러스 조립이 진행되는 동안 감염된 숙주의 세포막엔 바이러스의 핵심 단백질과 유전자 물질이 계속 쇄도했다.
그러나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바이러스의 '기질 단백질'(matrix protein)이었다.
이 단백질이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끌어모아 바이러스가 제 형태를 갖추게 했다.
연구팀은 기질 단백질에 '육군 원수'(field marshal)라는 별명을 붙였다.
기질 단백질은 세포막 안쪽 면에 격자(lattice) 모양을 형성하고 세포막을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그렇게 해서 세포막이 '싹'(bud) 형태로 돌출하면 여러 가지 바이러스 단백질을 이 지점으로 끌어들였다.
이 싹은 필요한 요소를 완비해 '부모 세포'로부터 떨어졌고, 이것이 다른 숙주세포에 감염하는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됐다.




홍역 바이러스와 니파 바이러스의 약점도 '바이러스 조립' 과정에 있었다.
두 개의 기질 단백질이 서로 껴안듯이 달라붙어 '양면 2량체'(two-sided dimer) 구조를 형성했는데 이 과정을 차단하면 '바이러스 조립', 즉 증식이 중단됐다.
특이하게도 기질 단백질은 숙주세포 막의 특정 지질 분자와 결합해 닻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조립이 어떤 지점에서 이뤄질지 정해졌다.
특히 니파 바이러스의 기질 단백질은 스스로 구조를 바꿔 숙주세포의 지질과 결합할 포켓(pocket)을 열었다.
이 포켓 구조는 세포막과 결합하기 전엔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 포켓이 '바이러스 조립' 억제제를 개발하는 표적이 될 거로 믿고 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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