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합의 이튿날에…러 미사일, 우크라 항구 타격(종합2보)

입력 2022-07-24 02:02   수정 2022-07-24 12:25

곡물수출 합의 이튿날에…러 미사일, 우크라 항구 타격(종합2보)
우크라군 "순항미사일 2발 떨어져"…러, 터키 측에 "우린 이번 공격과 무관" 주장
유엔 등 국제사회 비판 성명 잇따라…합의 이행, 당분간 불투명할 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흑해로 수출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의 4자 협상이 타결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수출항 중 한 곳에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이 떨어졌다.
전란 속에 막혀있던 바닷길을 열어 세계 식량난을 풀어보려는 이번 합의는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가기도 전에 발생한 미사일 공습으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으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사상자 발생 여부나 항구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도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6번의 폭발이 있었고 항구에 불이 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공대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일부 격추했으며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이고 있으니 대피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기뢰가 깔려 있던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우크라이나 곡물과 러시아의 곡물 및 비료 수출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그간 러시아군의 흑해 항구 봉쇄로 주요 식량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식량 수급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흑해 주변에 묶인 우크라이나산 밀은 2천만~2천500만t에 달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협상이 극적 합의에 도달한 이튿날 안전 항로를 만들기로 한 곡물 수출항 중 하나였던 오데사의 기반 시설에 미사일에 폭격이 가해지면서 곡물 수출 합의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당장 이날 착수하기로 한 협상 4자간 공동 조정센터 설립 작업부터 제대로 진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박에 무기가 적재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을 비롯해 수출입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할 공동 조정센터를 만들어 신속하게 곡물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지만, 실무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를 만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러시아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무슨 약속을 하든 그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을 거란 점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합의 후 항구를 공격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면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 푸틴 대통령이 침을 뱉었다"고 가세했다.
합의에 참여했던 유엔 역시 비판에 동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을) 분명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브리짓 브링크 주 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충격적인 공격"이라며 "러시아는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날 공습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터키 측에는 자국과 무관한 공격이라는 식으로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은 이날 자신과 접촉한 러시아 당국자가 오데사 항구 공격에 대해 "우리와 무관하다. 이 사안을 매우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카르 장관은 "우리는 합의 직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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