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시아에 '정화 캠프' 18곳…위험하다 판단되면 구금·추방"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민을 강제로 귀화시키거나 구금하는 이른바 '정화 캠프'를 한층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는 미국 첩보 보고서가 공개됐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 정부는 '러시아군, 체계적 여과 작업을 통한 억류 및 강제 추방'이라는 제목의 6월 15일 자 국가정보위원회(NIC) 문건을 기밀 해제했다.
러시아가 자국에 위협적인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강제로 쫓아내거나 가둬두기 위해 시행하는 소위 '정화 작전'의 강도가 최근 부쩍 높아졌다는 게 첩보의 골자다.
정보당국은 우선 이런 '정화 캠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 서부 등지에 18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설에 가게 된 우크라이나 주민은 러시아에 대한 적대심 평가를 거쳐 '3가지 미래' 중 하나를 맞게 된다고 한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증빙 서류를 발급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 머물게 하거나 러시아로 이주시킨다.
'대단히 위협적이진 않지만,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러시아로 강제로 추방돼 추가 심사를 받는다.
정보당국은 "마지막으로 군 장병이나 보안 기관 요원처럼 가장 위협적이라고 평가된 사람은 아마도 우크라이나 동부나 러시아에 있는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며 "다만 그들의 운명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여과 절차'는 임시 구금, 자료 수집, 심문 등으로 구성되는데, 경우에 따라선 학대도 자행되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했다. 이 시설을 거쳐 구금되거나 러시아로 내쫓긴 우크라이나 주민은 수천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시설에 있다가 에스토니아로 간신히 탈출했다는 몇몇 우크라이나 주민은 NYT에 귀화 압력을 받은 사실을 전하며 "무력감과 절망감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정화 작전'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점령지 주민에 대한 불법 이송과 추방을 당장 멈추고 관련 센터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사형 집행과 고문을 포함한 러시아 구치소에서의 학대 행위를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달 초 "우크라이나의 많은 젊은 여성이 그곳(정화 캠프)을 마지막으로 행방을 알 수 없게 된다"며 "여러분 모두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거로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주까지 어린이 44만4천18명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인 279만5천965명을 러시아로 '대피'시켰다"며 강제 추방을 인도주의 구호 노력으로 포장했다.
'여과 수용소'라고도 불리는 정화 캠프는 1990년대 말 체첸 전쟁 당시 반군을 찾아내기 위해 고안된 시설이다. 당시에도 민간인에 대한 구타·고문으로 악명 높았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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