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교황의 사죄

입력 2022-07-26 16:11   수정 2022-07-26 16:31

[월드&포토] 교황의 사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사죄드립니다. 겸허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도 많은 기독교인이 캐나다에서 원주민에게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19세기 초중반 캐나다의 가톨릭 기독학교들이 현지 원주민 아동에게 저지른 각종 학대, 성폭행 등에 대해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 직접 나서서 잘못을 인정하고 간절하게 용서를 빈 것입니다.



작년 5월부터 캐나다에서는 가톨릭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원주민 아동 유해 1천200구 이상이 발견되면서 원주민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교황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러자 교황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현지에 찾아와 원주민들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85세로 고령인 그는 앉아서 사과문을 읽어야 했지만, 캐나다의 원주민사회는 그의 진정성을 일단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매스쿼치스의 기숙학교 부지에는 전통 복장을 한 원주민 수백 명이 몰렸습니다.
자세를 잔뜩 낮춘 교황의 사과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랜 설움에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훔치는 원주민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황이 사과문을 읽고 난 뒤, 캐나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전총 깃털 머리 장식을 교황에게 씌워줬습니다.
원주민 사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교황은 원주민 지도자의 손에 입을 맞춰 감사를 전했습니다.



깃털 장식을 쓰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교황은 같은 날 오후 에드먼턴의 천주교 성당인 '원주민 성심 성당'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독교 교육이라는 이름 악행을 벌였다는 점을 생각하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라며 과거 가톨릭 기숙학교의 악행을 고백하고 사과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4월에도 원주민 대표자들을 바티칸에서 만나 "가톨릭교회 구성원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한다"고 같은 일에 대해 사죄한 바 있습니다.



이날 성당 주변엔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교황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휠체어에 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을 만나겠다며 휠체어를 철조망 쪽으로 밀어달라고 보좌진에게 부탁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돌발 행동'에 캐나다 경호 당국이 바짝 긴장했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런 불상사도 없었습니다. 교황은 신자들과 악수를 한 뒤 평범한 승용차 앞자리에 타고 평화로운 미소를 띠며 현장을 떠났습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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