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1년반 만에 처음 돌아와 정치적 위기 타개 모색
'한때 동지' 펜스 "1월6일은 비극의 날"…트럼프와 차별화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퇴임한 뒤 처음으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입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극우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가 연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자신이 패배한 지난 대통령 선거가 부정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선거는 재앙이었고, 우리나라의 수치"라면서 실제로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걸(대선) 한 번 더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우리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연설했다.
2024년 미국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나를 망가뜨림으로써 내가 더는 여러분을 위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중은 트럼프의 재선 성공을 기원하는 구호인 "4년 더"를 연호했다고 dpa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의사당 폭동의 진상을 조사하는 하원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원들을 '정치꾼과 깡패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내가 신념을 버리고 침묵하기로 한다면, 집에서 자제한다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박해는 즉각 멈추겠지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미 정치 행보를 활발하게 재개했다. 다만 워싱턴행은 하지 않은 채 외곽을 돌며 자신이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연설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1월 6일 초유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각종 추문과 복잡하게 얽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검찰 고발을 포함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험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거나 부추기는 언행을 했다는 사실이 최근 의회 하원 청문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측근들을 중심으로 중간선거 이후로 예정했던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여름께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상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약화하는 흐름이다.
21일 공개된 로이터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40%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의회 폭동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청문회 이전 33%에 비해 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응답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으나 대선 불복 압박을 거부하면서 갈라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성향 단체 영아메리카재단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인이 최근 몇 년 동안 '분열을 일으키는 선거'와 '우리 수도에서의 비극적 날'을 비롯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역설했다. 부정선거 주장과 1·6 의사당 폭동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펜스 전 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 초점을 두길 선택하지만, 선거는 미래에 관한 것"이라며 "보수주의자는 미국을 되찾기 위해 미래에 초점을 둬야만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AP 통신은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인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발언하는 것은 공화당 내 트럼프 충성파와 이외 세력의 간극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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