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가진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이다. 미국은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이 두달 연속 이뤄졌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올랐고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건 2020년 2월 이후 2년반 만이다. 미 기준금리가 잇따라 큰 폭으로 뛰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감을 지우기 어렵다.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 가능성과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대규모의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 기조가 지속할 경우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금융·외환 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에 걸쳐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선제적인 대응 역량이 절실해진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던 전례의 상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진 역전 현상은 1998년 이후 세차례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9~2001년에 한미 금리 차이가 1.50%포인트 벌어졌을 때 코스피와 원화 가치는 각각 35%와 9% 낮아졌으나 외국인 투자자금은 17조원이 유입됐다. 다음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2005~2007년에는 금리차가 1.0%포인트 벌어진 가운데 주가와 원화 가치는 오르고 외국인 자금은 34조원이 빠져나갔다. 한미 금리가 1.0%포인트 차이가 났던 2018~2020년에는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떨어졌고 외국인 자금 7조원이 유출됐다. 이같은 전례에 비춰 보면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진 시기에 증시와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일관된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던 양상을 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일 수 있다. 시장에선 이미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해 왔던 터다. 이에 따라 우리 증시에 당장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미 연준이 오는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 조치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 미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와 비교해 각각 0.4% 포인트, 1.4%포인트 낮춘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전망에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반영돼 있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다양한 변수가 꼽힌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기준금리의 오름세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의 위축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과 관련해 28일 "우리 경제와 서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상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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