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책 왜?…"처벌강화 긍정적, 주가하락 방어 역부족"

입력 2022-07-28 16:08  

공매도 대책 왜?…"처벌강화 긍정적, 주가하락 방어 역부족"
개인 접근성 강화도 긍정적 평가…잠재 수요 이탈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이미령 기자 = 올해 들어 증시 약세장이 지속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대폭 손본다.
여기에 증권사들도 공매도와 관련한 크고 작은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 개편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투자업계와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기회 확충과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매도 규제 강화 자체가 약세장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 공매도 제도개선 왜 나왔나…소액주주들 "공매도가 주가 하락 주범"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고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며 금지를 요구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부터 작년 4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이후 같은해 5월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 대상의 공매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주가가 하락하자 일부 소액주주들이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도 시장 안정 조치의 하나로 공매도 금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공매도 논란은 뜨거워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필요하면 시장이 급변할 때 공매도 금지를 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가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일부 소액주주들의 공매도 제도 관련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071050]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월 금감원과 금융위로부터 차입 공매도 주문 시 공매도 호가 표시를 위반한 이유로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한투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 3개월동안 삼성전자[005930] 등 938개사 1억4천89만주를 공매도하면서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인 '업틱룰'을 위반해 지난 2월 과태료 7천200만원을 부과받았다.
CLSA(6억원), 메리츠증권[008560](1억9천500만원), KB증권(1천200만원) 등 증권사들도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위반 실태와 관련해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억4천만주가 넘는 (한투증권) 공매도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액이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공매도 실태가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 공매도 과연 나쁜가? 제한 대책 효과 의구심…"개인 기회 확충 긍정적"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편을 놓고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일단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적이 없어, 공매도 제한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2020년 1월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기 전인 3월 13일까지 주가 하락기에 공매도와 코스피 간 상관관계는 -0.39였고,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작년 5월 3일부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승기에도 코스피와 공매도 간 상관관계는 -0.44로 낮게 나타났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에 내놓은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에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국 증시 중에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만 공매도에 제한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일부,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공매도를 일시 금지했으나 지금은 모두 해제했다. 미국은 공매도를 금지한 적이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주가는 공매도 때문에 빠진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공매도 제도가 개선됐다고 추가 주가 하락을 막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모두 허용하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잠재 수요가 한국을 떠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개선방안 중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폭 확대'안은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이면 주가하락률이나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낮더라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해 공매도 과열종목이 과도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매도 규제 강화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MSCI는 지난달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를 공개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 부족, 역내외 외환시장 접근 제한과 함께 코스피200·코스닥150 기업 대상 제한적 공매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은 시장 분류 검토 결과에서 선진국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어느 국가도 공매도를 막지 않는다"며 "공매도 제한이 강화되면 가격 발견(Pricing·프라이싱) 기능이 약화해 오히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데 그게 결국 개인투자자에게는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 공매도 관련 규제는 어느 나라보다 강도가 센데 규제 강화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안에 담긴 개인 공매도 기회 확충과 불법 공매도 처벌강화 안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불법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강화 노력은 꼭 필요한 조치"라며 "개인에 대한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것 역시 개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투자 편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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