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성장세에 매료돼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이젠 경기 둔화에 짐을 싸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홀로 잘 나가던 중국을 보고 몰려들었던 기업들이 각종 악재로 경제 사정이 나빠진 중국을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파고가 높은 가운데 정치적인 이유로 코로나 제로 정책을 지속하는 중국에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경기 둔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NYT는 호주의 고급 침구 브랜드 AH 비어드 사례를 들었다.
호주에 본사를 둔 123년 전통의 이 기업은 2010년 중국을 주목했다.
이 기업은 인구가 14억 명인 중국의 중상류층을 겨냥해 중국에 진출했다. AH 비어드는 2013년 중국에 첫 매장을 연 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덮치기 전까지 연간 30%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 기업에 중국은 7만5천 달러(약 9천700만 원)짜리 최고급 매트의 베스트 셀러 시장이 됐다.
AH 비어드 이외에 유럽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미국의 식품·소비재 기업,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업, 독일의 제조업체, 호주와 브라질의 철광석 기업들에 중국은 어떻게든 진출해야 할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도시 봉쇄가 잇따른 가운데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고 불황은 현실화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일부 산업에 대해 징벌적인 관세가 부과되고, 중국의 수출이 줄어드는 점도 경기 둔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중국 당국의 투기 단속으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개발 사업이 멈추고 공사 중단이 빈번한 탓에 최근 수분양자들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거부 사태도 빚어지는 등 부동산 위기가 닥쳤다.
토니 피어슨 AH 비어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이전의 성장률로 돌아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짚었다.
한국의 인삼 제품 생산업체인 진생바이팜의 안준민 대표도 "중국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최고조의 호황기를 누렸으나, 그 이후엔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이젠 중국을 대신할 시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는 "2016년 중국은 아디다스의 스타"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었으나 올해 들어 사정은 급속하게 악화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목재 제조업체인 캄프스 하드우드는 2016년까지 중국이 자사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캄프스 하드우드는 대(對)중국 매출을 크게 줄였다.
캄프스 하드우드의 책임자인 롭 쿠코우스키는 중국이 미국 제재목의 큰 구매자라면서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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