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손잡은 미일…"대만 유사시 대비·중국 대항"

입력 2022-07-31 11:20  

차세대 반도체 손잡은 미일…"대만 유사시 대비·중국 대항"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미국과 일본이 외교·상무 장관의 '2+2 경제 대화'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반도체를 확보하고 반도체 개발을 가속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올해 일본에 연구센터 설립해 2나노 반도체 연구, 2025년 양산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일 정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자국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화학연구소와 도쿄대 등이 참가하는 이 연구센터에서는 회로 선폭 2나노(㎚,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연구한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자국에서 양산을 시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일 상무·외교 장관은 지난 29일 워싱턴DC에서 첫 2+2회의를 열고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실용화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2나노, 3나노 등의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 규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5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 "미일 서로 보완해 대만 반도체 의존 벗어나기로"
미일의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은 대만의 유사시를 대비한 성격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10나노 미만인 첨단 제품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등 대만 업체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대만 유사시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대만 의존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경제 안보상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미일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AI, 5G,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 장치와 재료에 강점이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2020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였으나 2030년 2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미 하원 366조원 투자 반도체법 처리…일, TSMC·키옥시아 공장건설 지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에 나서며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기술을 국가 안보 수준에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 하원은 28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천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반도체법을 처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일본도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TSMC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총 투자 규모의 절반 정도인 4천760억엔(약 4조6천억원)을 지원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또 이달 들어서는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최대 929억엔(약 8천9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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