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톈안먼 광장서 예고 없이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하다 구금
中 정치범 석방 요구·WTO-인권 연계 추진·올림픽 외교 보이콧 주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아시아 순방에 오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30년 이상 지속된 펠로시 의장의 중국 견제 행보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과 중국의 '악연'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는 톈안먼(天安門) 광장 추모 사건이다.
그는 1991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2년 전 유혈 진압된 톈안먼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공안에 붙들려 구금됐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자격으로 베이징에 왔던 그는 중국 당국의 허락 없이 두 명의 동료의원과 광장에 들어가 손으로 쓴 작고 검은 현수막을 펼쳤다.
이 모습을 본 중국 공안은 급하게 뛰어 들어와 취재 기자들을 거칠게 내몰고 의원들을 광장에서 쫓아냈다.
의원들의 돌발행동 때문에 당시 현장에서 함께 체포됐던 마이크 치노이 전 CNN 베이징 지국장은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그 사건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공산당 지도자를 찔러보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펠로시의 성향과 관련된 나의 첫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나중에 이 사건을 '계획된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펠로시는 이후에도 공산당이 시위대를 학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톈안먼 민주화 시위 33주년을 맞은 올해는 성명을 통해 공산당을 '억압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톈안먼 시위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한 가장 위대한 행동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는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왔다.
그는 2002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구금된 중국·티베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 4통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상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7년 후 주석이 된 후진타오에게 류샤오보(劉曉波)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중국의 인권을 위해 장기간 비폭력 투쟁을 벌여온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감 생활을 계속했으며, 2017년 암으로 사망했다.
펠로시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치도 반대했다.
그는 당시 다른 의원들과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을 문제 삼아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도 주도했다.
중국은 당시 "거짓말과 허위정보가 가득하다"며 펠로시 의장을 맹비난했다.
펠로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해서도 인권 기록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중국의 무역질서 편입은 광범위한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판단해 펠로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섰다.
미중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자신의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보안상 이유를 들어 밝히지 않았다.
그의 공식 일정에선 대만이 빠진 상태이지만 일각에선 그가 기습적으로 대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된다.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중국의 일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은 '전투 대비'를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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