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밀가격 안정…근본요인 미해결에 재차 오를 수도

입력 2022-08-01 16:13  

세계 밀가격 안정…근본요인 미해결에 재차 오를 수도
에너지 가격 높고 기후변화 영향 여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고공 행진을 거듭했던 세계 밀 가격이 최근 연초 수준으로 내렸지만,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밀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당 8달러가량을 기록, 연초(부셸당 7.7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부셸당 13달러로 급등한 뒤 6월 중순까지 줄곧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 하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밀 가격 상승으로 밀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겨울밀 수확으로 공급이 늘어난 영향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크에(터키) 등이 합의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방안도 세계 밀 가격을 안정시킨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산 밀 2천만여t의 수출길이 막혀 세계 밀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수출 합의가 세계 밀 부족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 가격을 밀어 올린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은 기후변화와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밀 가격의 재상승 가능성을 점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세계 식량 시장은 이미 작년 가뭄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캐나다에선 농경지의 4분의 3가량이 심각한 가뭄에 시달린 탓에 그해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40%가량 급감했다. 이런 악천후에 따른 공급 감소가 올해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전문가들은 날씨 변동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세계 밀 생산과 향후 가격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는 농기계를 작동하고 수확한 곡물을 운송하는 비용을 결정한다. 또한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질소가 천연가스에서 만들어지므로 천연가스의 가격은 농부들에게 한층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탓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질소 기반 비료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이는 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밀 가격 하락은 밀 수입국에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밀 생산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밀 가격이 낮으면 농부들이 올해 추가적인 밀 심기를 단념할 수 있어서다.
미국 농림부는 지난 12개월 1천880만t이었던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이 향후 12개월 후엔 1천만t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농경제 분석회사 애그리소스의 댄 바세 사장은 "농가가 다가오는 재배 시즌에 파종을 확대하려면 세계 밀 가격이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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