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정제마진 확대 등에 14년 만에 최대 이익…배당 10% 늘리기로
영국 일반 가정 내년 에너지비용 연 575만원 예상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곳곳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글로벌 대형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영국 BP는 올해 2분기(4∼6월) 일회성 요인 등을 제외한 이익이 84억5천만달러(약 11조원)로 전년 동기(28억달러)의 3배가 넘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전문가 예상치(68억달러)보다도 많다.
BP는 2분기에 정제마진 확대, 원유 트레이딩 실적 호조, 고유가 등에 힘입어 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BP는 올해 배당을 10% 늘리고 3분기에 자사주 35억달러어치를 매입하기로 했다.
BP는 3분기에도 러시아 공급 차질과 재고 부족 등으로 인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스 가격도 높은 상태에서 변동성이 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러시아의 송유관 운영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다른 대형 정유사들도 고유가 덕에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미국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2분기 순이익은 각각 178억5천만달러, 116억2천만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이며 작년 동기 대비 약 4배 수준이다.
영국 쉘은 순이익이 18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5배로 치솟았고 프랑스 토탈도 57억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인 콘월 인사이트는 영국 일반 가정이 내년 초부터 에너지 비용을 연 3천600파운드(575만원) 이상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콘월 인사이트 관계자는 이날 BBC에 "가스 도매요금 상승, 러시아 공급 축소 우려 등으로 에너지 요금이 뛰고 있다"며 "높은 요금 수준이 지속되는 기간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도매요금 수준을 감안하면 2024년까지도 가계 에너지 비용이내려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가계 평균 에너지 요금은 작년 10월에 1천400파운드였고 올해 4월엔 2천파운드로 올랐다.
콘월 인사이트는 올해 10월부터는 연 3천358파운드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영국 가스·전기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5월에 내놓은 예상치(2천800파운드)보다 훨씬 높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업체는 고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비용 급증에 허덕이는 상황을 해결하라는 압박이 커지자 5월에 석유 가스 회사에 25% 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150억 파운드 규모 가계 에너지 부담 완화 대책도 발표했다.
10월에 모든 가구의 에너지요금을 400파운드 깎아주고 저소득층 800만가구엔 생활비 보조금 650파운드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야당 등에선 가계 부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비판하고 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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