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0년 KT] ③ "민영화 20년 생존 고민…디지코로 빛 보여"

입력 2022-08-07 10:39   수정 2022-08-07 13:29

[민영화 20년 KT] ③ "민영화 20년 생존 고민…디지코로 빛 보여"
민영화 첫 해인 2002년 입사한 배철기 상무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민영화를 앞두고 어떤 사업을 하면서 생존해야 할지 밤새 고민하던 선배들을 본 기억이 납니다. 기존 재벌 기업들과 다른 어떤 새로운 기업 체계를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KT[030200]가 이달 20일 민영화 20주년을 맞는 가운데, 2002년 입사해 민영화추진단 막내로 일하며 KT의 민영화와 소유구조 개편 마무리 작업에 참여했던 배철기(49) AI/DX사업전략담당 상무는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배 상무는 당시 신입사원들을 일선 전화국에 배치해 2∼3년 현장 근무를 시킨 후 본사로 보내던 관행과 달리, 이례적으로 본사 민영화추진단에 막내로 배치받았다.
처음엔 행운이라고 여겼지만 이내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정부 지분 매각과 지배구조 결정 등 민영화 작업은 마무리 단계였지만, 정부가 매각키로 한 KT 지분을 통신업계 경쟁사인 SK텔레콤[017670]이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KT와 SK텔레콤이 각각 상대편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어 버린 상태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식을 맞교환하는 작업을 그해 말까지 밤을 새워 가며 준비해야 했다.
그는 "민영화 지배구조를 잘 만들었다며 KT&G나 유럽 통신사 같은 해외 공기업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했다"며 보람이 컸다고 회상했다.

KT는 민영화 첫발을 내디딘 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고 배 상무는 회고했다.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하며 소위 '아버지'로 여기던 정부가 없어지자 직원들의 불안감도 컸다고 했다.
배 상무는 "물어볼 사람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만큼 어떻게 생존할지,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컸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KT의 민영화 시점과 통신 시장 성장이 끝나가던 시점이 맞물린 것도 고민을 키웠다.
그는 "민영화 시점엔 이미 유선전화 매출이 매년 수천억씩 줄어드는 게 보였다"며 "주가도 민영화 직전에 올라갔다가 계속해 내려가고 통신사업이 정체되는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KT는 민영화 후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기 위해 비전경영실을 꾸렸다. 배 상무도 자리를 옮겨 신사업 구상에 참여했다.
그는 KT가 2004년 민영화 2주년 기념식에서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던 광가입자망(FTTH)과 인터넷TV(IPTV), 와이브로(WiBro),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 등 5개 사업이 민영화 이후 의사결정을 보여주는 예시로 꼽았다.
통신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던 공기업에서, 단말이나 인터넷 검색 등 신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민간기업다운 의사결정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 배 상무의 설명이다.
다만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인 FTTH와 광대역을 활용하는 IPTV는 승승장구했지만, 나머지 사업은 결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외부에서는 아직도 KT를 소위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인식하며 각종 사건에서 공기업의 잣대를 적용해 비판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KT는 원래 정부 부처인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의 일부로 출발했다가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했고,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도 이런 시각을 여전히 민감하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 상무는 "민영화 다음 고민에는 어떻게 하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투명한 기업이 될 수 있을지도 있었다"며 "회사의 손발을 묶는 족쇄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중요해지는 공익 추구 측면도 고려할 수 있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가 정부 아래에서 벗어나 회사의 임무와 오너십을 스스로 찾아내고 직원들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아직 완벽하지 않고 단단해져 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길을 찾는 과정이 힘들어 직원들이 지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 디지코 변신을 통해 빛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KT는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배 상무는 "KT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시가총액 1위 기업일 때도 있었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며 "다시 국민 인식도 제고하고 성과도 잘 나와 직원들이 같이 웃을 수 있고 성장하는 미래 10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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