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벌써 4.9%↑…연간 5% 이상이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아
대외 불확실성 여전…"정부, 물가 상승 기대감 확산 막아야"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물가가 4.9% 오르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하락 등으로 고물가가 가을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 1∼7월 4.9% 올라…올해 물가상승률, 1998년 이후 최고 가능성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랐다.
이는 해당 기간 물가 평균을 전년도 같은 기간 물가 평균과 비교한 전년 누계비 기준이다.
전년 누계비 변동률은 올해 1월과 2월 3.6%에서 3월 3.8%, 4월 4.0%, 5월 4.3%, 6월 4.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 보면 올해 1∼6월에 매달 0.6∼0.7%를 기록했다. 지난달은 0.5%로 소폭 둔화했다.
앞으로 남은 올해(8∼12월)에 전월 대비 상승률이 매달 0%를 기록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97%가 된다.
물가가 전월과 같거나 하락하지 않는 이상,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은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물가 상승률은 4.7%였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물가 상승률도 4.7%다.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식료품 등 공급측 요인으로 시작됐던 물가 상승세가 서비스 등 전방위로 확산해 고물가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에 작년 동월 대비 4.5% 올라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요측 물가 압력으로 간주하는 개인 서비스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올해 1월 1.20%포인트에서 7월 1.85%포인트로 커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석유나 식료품뿐만 아니라 개인 서비스나 공산품까지 다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어 전월보다 물가가 하락하기 쉽지 않다"며 "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지보다 5% 중반인지, 그 이상일지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6명이 예상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중간값 기준)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에 대해 "5%를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대만, 러시아·우크라 등 대외 요인 불안…"기대 인플레이션 꺾어야"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가을 즈음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6.3%(전년 동월 대비 기준)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월 정점을 형성한 후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점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전월보다 하락하는 등 곡물 가격 안정도 기대 요인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근래 불거진 중국·대만과의 갈등은 공급망 차질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대만의 갈등이 미국·유럽 등의 서방국가와 중국·러시아 진영 간의 대립을 고조시켜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며 "수입 물가가 더 큰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의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러시아 문제 등으로 다시 유가가 반등·폭등하거나 곡물, 공급망 수급의 애로가 현재 상태보다 훨씬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대외 요건을 전제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는 점이 물가 상방 압력이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였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전월 대비 상승 폭도 최대다.
이는 임금 상승, 서비스 요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이에 정부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며 경기 침체를 예고했는데 이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물가를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경제 주체의 기대를 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재정 등에서 운신의 폭이 좁지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우려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한두 가지 정책 수단만으로는 안 되고 여러 정책을 동원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