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취임 일성 "선진국이 마약소비 막을 강력한 대책 마련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의 신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고 규정하며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콜롬비아의 첫 좌파 대통령이기도 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새로운 국제적 협약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0년간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중남미에서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북미에서도 매년 7만 명이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하며, 범죄조직은 오히려 강해졌다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평화는 당연히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마약 정책 대신 선진국의 마약소비를 막을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서 마약 생산과 유통을 차단하고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소비국이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0년대 초반 사용한 용어로, 주로 마약 사범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가리킨다.
멕시코에선 지난 2006년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 대책들이 실제로 마약 생산이나 유통, 소비를 줄이지는 못한 채 범죄 증가 등의 부작용만 낳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멕시코에서도 2018년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으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했다며 사실상 '종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역시 마약과의 전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콜롬비아의 마약 정책은 물론 미국과의 공조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반 두케 직전 대통령을 비롯한 이전 콜롬비아 보수 정부들은 미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재배지 축소 등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콜롬비아는 전 세계 코카인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다.
콜롬비아 내에서 마약 재배지와 수송 통로 등을 차지하기 위한 조직들의 유혈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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