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수요 750% 늘었지만 주산지 공급 충분치 않아
칠레, 개발·환경 규제 강화…볼리비아, 국영 리튬기업 생산량 미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남미의 리튬 보호주의 때문에 전기 자동차 업계가 속을 태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걸친 남미의 광물 지대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주산지로 전 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한다.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의 선두주자인 칠레는 최근 환경보호, 자원 안보를 이유로 리튬광산에 대한 장악력을 더 높여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대기업 비야디(BYD)는 리튬 광산을 개발하기로 칠레 정부와 계약했다가 최근 어려움에 부닥쳤다.
원주민이 리튬 채굴 때문에 물이 부족해진다며 항의하자 법원이 정부와 원주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계약을 무효로 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 좌파정권은 원자재 채굴 민영화가 '적폐'라며 리튬을 개발할 국영기업 설립을 추진하면서 장벽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다음달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이런 내용의 헌법개정안이 가결되면 광물업에 대한 칠레의 환경규제와 원주민의 권리가 한층 강화된다.
볼리비아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끌던 좌파정권 시절이던 2008년에 이미 리튬 산업을 국유화했다.
모랄레스 당시 대통령은 볼리비아를 배터리와 전기차를 제조하는 '광물강국'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국영기업을 설립했다.
볼리비아의 리튬 공장은 2013년 가동을 시작했으나 2021년 생산량은 칠레의 하루반 정도 생산량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중남미 전문가 벤저민 게던은 "라틴 아메리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게 전문"이라며 "그런 짓을 하는 가장 빠른 방식이 자원 국수주의"라고 주장했다.
칠레와 볼리비아의 이 같은 성향을 두고 전기차 호황기를 염두에 둔 업계에서는 비판 일색이다.
기후변화 위기 때문에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동력을 바꾸는 대변혁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차 제조가 증가함에 따라 리튬의 수요는 2021년부터 무려 750%나 증가해 남미 공급에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터다.
남미에서는 암석에서 리튬을 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지하 소금물을 뽑아 햇볕에 말려 그 속에 있던 리튬을 얻기 때문에 생산비가 덜 든다.
WSJ은 "남미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불만스러운 시선을 전했다.
이들 중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정부 재정이 위태로워 외화가 절실한 처지라 리튬광산에 대한 민간투자가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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