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원전에 크림반도까지…잇따른 의문의 공격에 긴장 고조

입력 2022-08-11 17:39   수정 2022-08-12 11:50

유럽 최대원전에 크림반도까지…잇따른 의문의 공격에 긴장 고조
핵재난·확전 이어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타깃'
일각선 크림반도 러 군공항 공격에 미제 무기 사용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군이 점령한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시설들이 잇따라 주체가 불분명한 공격을 받거나 파괴돼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연이틀 포격을 당하는가 하면,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의 공군 비행장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
자포리자 원전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핵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림반도는 이미 러시아가 "공격받으면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곳이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 단지는 이달 5, 6일(현지시간) 연이틀 포격으로 원전 작동에 필수적인 전력선이 손상되는 등 피해를 봤다.
사용 후 핵연료가 담긴 보관시설 주변에 로켓탄이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은 핵재난 위험을 경고하며 자제를 촉구했는데, 정작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방이 공격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에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지만,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했다고 맞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포격을 러시아의 '핵 테러'로 규정하기도 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쉽게 단정 짓기 힘들어 보인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방패 삼아 다연장 로켓 등을 배치해 놓고 주변을 공격하며 괴롭히는 것으로 알려진 점과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등 남부 전선에서 역공에 나선 상황 등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군이 일종의 '자작극'을 벌인 것일 수도 있다. 전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원전을 파괴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군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공격인지 아직 명확지 않지만 그 정체가 드러나면 국제사회의 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인들은 체르노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크림반도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발생한 폭발도 이와 마찬가지로 공격 주체와 수단이 명확하지 않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아 자국에 병합한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사키 비행장을 우크라이나 폭격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해 왔다.
러시아 측은 탄약고에서 단순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용기 최소 9기가 파괴됐다면서 자국 장거리 무기 또는 크림반도 내 게릴라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날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탄약고만 터졌다는 러시아의 설명에 의문이 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 꽤 많은 군용기가 파괴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의 넵튠 대함 미사일(최대사정거리 280㎞)이나 하푼 대함 미사일(300㎞) 등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서방이 제공한 첨단 무기가 사용됐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러시아군 활동을 감시하는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M270 다연장 로켓 시스템으로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 로켓탄 두 발이 비행장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방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과 M270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도 사거리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공격에 이 무기가 쓰였다는 것이다.
비행장은 전선에서 160㎞ 이상 떨어져 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크림반도를 침범하면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자체 사고를 주장하지만 입장을 바꿔 미군 등 나토가 제공한 무기로 공격받았다고 나오는 순간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로 인해 당장 판이 커질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공항 폭발이 외부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이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크렘린은 우크라이나가 폭격을 가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비난할 유인이 거의 없다. 그런 폭격을 당했다는 건 러시아 방공 체계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서도 러시아의 자작극을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로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크림반도에서 공격받았다는 것은 부족한 전쟁의 정당성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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