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월간 보고서…7월 석유매출 24조7천억원
가스값 상승·폭염 때문에 세계 석유수요 증가 전망
(파리·서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석유 생산량을 전쟁 전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현지시간) 발간한 8월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하루 원유 산유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3%(31만 배럴) 정도 감소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석유 수출량(원유, 석유제품)도 전쟁 전 수준보다 하루 58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유럽, 미국, 한국, 일본으로 가는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쟁 이후 6개월간 하루 220만 배럴 정도 감소했다.
그러나 러시아산 석유의 수출길이 인도, 중국, 튀르키예(터키)로 바뀌고 계절 요인으로 러시아 내수도 늘어 생산부문 손실이 상쇄됐다.
IEA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에 대한 수출량 감소분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다른 곳에 수출됐다며 서방 제재로 인한 생산감소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 책임을 물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는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은 대러시아 제재 동참을 거부하고 기존 협력관계를 유지해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에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올해 6월 EU를 제치고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경제권이 됐다.
IE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이 올해 6월 210억 달러(약 27조3천억원)에서 7월 190억 달러(약 24조7천억원)로 줄었다고 밝혔다.
서방은 러시아가 전비를 마련하는 가장 큰 자금줄인 석유 부문을 차단한다면서 제재를 부과했으나 이런 감소폭은 취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IEA는 EU의 원유, 석유제품 금수 제재가 2023년 2월에 완전히 발효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EA는 "하루 100만 배럴 정도의 석유제품, 130배럴 정도의 원유가 새 목적지를 찾아야 하는 까닭에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U는 올해 12월 5일까지 러시아 원유의 수입, 내년 2월 5일까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해상으로 운송되는 석유에 국한된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같은 회원국의 반대 때문에 송유관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입은 제재에서 면제된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도 러시아 변수를 반영해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를 차단·축소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수입국이 가스 대신 석유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 증가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하루 38만배럴 많은 하루 210만배럴로 제시했다.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9천970만배럴, 내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180만배럴로 예측했다.
전 세계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데에는 올여름 세계 곳곳을 덮친 더위도 한몫했다고 봤다.
IEA는 "맹렬한 폭염이 여러 지역을 강타한 와중에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서 석유를 사용한 발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은 7월 하루 1억50만배럴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북해,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원유 생산지에서 보수작업이 서서히 끝나가고 제재에도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runran@yna.co.kr,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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