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까지 9.5조 순매수…"기금·정부 투자 규모 제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국내 증시가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투심)는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채권을 9조5천47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 채권 순매수액인 3조4천810억원의 2.7배 수준을 넘는 수치다.
지난해 전체 개인 채권 순매수액인 4조5천675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규모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조만간 10조원을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가 외부에 공개한 투자자별 채권 거래 자료는 2006년부터로, 이에 따르면 개인의 연간 채권 순매수액은 2007년 6조5천14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최근 5년 동안에는 2017년 3조9천565억원, 2018년 4조3천190억원, 2019년 3조7천523억원, 2020년 3조8천억원, 지난해 4조5천675억원 등으로 3조원대 후반에서 4조원대 중반 수준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연간 10조원을 넘는 것은 2006년 이전을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지만·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0∼2021년 개인의 월평균 채권 투자 규모는 2천55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4월부터 순매수 규모가 1조원대로 커졌고 지난달은 3조685억원으로 급증했다"며 "월말까지 현 수준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경우 이달에도 월간 3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채권 매수 주체는 빅4(은행·자산운용·외국인·보험), 기금, 기타법인, 정부 등의 순서가 보통이었다"면서도 "현재의 채권 매수세를 고려하면 올해는 개인의 채권 투자 규모가 기금이나 정부를 넘어서 기타법인 다음의 지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초 이후 이달 12일까지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약 24조원으로, 지난해 동기(약 71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채권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채권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는 떨어진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17일 연 3.745%를 기록해 2011년 7월 21일(3.75%)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나, 이후 하락해 지난 5일 3.079%까지 내려갔다.
지난 12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5.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81%에 장을 마쳤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수익률이 연 4%를 웃도는 것도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지점이다.
지난 12일 회사채(무보증 3년) AA- 등급의 금리는 연 4.159%로, 지난해 같은 날의 1.840%와 비교해 1년 만에 231.9bp 뛰어올랐다.
실제로 올해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4조4천298억원으로 전체 채권 순매수액의 46.40%를 차지했다. 국채는 12.71%에 해당하는 1조2천13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회사채 순매수액은 1조6천76억원, 국채는 719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사실상 확실시되면서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립 금리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한 데 따라 경기 하강 위험은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연구원들은 "채권투자는 금리가 하락하지 않더라도 만기까지 현금 흐름이 보장되고 금리가 하락하면 자본 차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채권이 개인들의 주요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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