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수천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러시아 감옥에 갇혀 구타와 전기고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에 끌려갔다가 최근 풀려난 자동차 정비공 바실리(37) 등 우크라이나 현지 민간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바실리는 지난 봄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 동네 거리를 부인과 함께 걷다가 마주친 러시아 군인들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군인들은 바실리의 눈을 가리고 손을 결박한 채 버스에 실었고, 바실리는 이후 6주간 '지옥'과 같은 생활을 경험해야만 했다.
여러 구금시설을 옮겨 다니며 얻어맞는가 하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정보를 실토하라고 심문받는 과정에서는 반복적인 전기 충격에 시달렸다.
먹고 마실 것은 하루에 한 번만 제공됐고, 2∼3일씩 굶어야 할 때도 허다했다. 화장실이 없어 용변은 유리 병에 해결해야 했다.
풀려난 후 발트해 국가들과 폴란드를 지나는 긴 여정을 거쳐 3개월 만에 집에 돌아온 바실리는 "(심문에서)사실을 말하더라도 그들(러시아군)은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며 "어떤 사람들은 총에 맞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살아서 다시 가족 품에 안긴 바실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아기 기저귀와 식료품을 사러 나왔다가 함께 붙들린 바딤(36)의 경우 아직 풀려나지 못했다. 당시 구금시설에는 할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가 끌려온 어린 소년도 있었다고 바실리는 전했다.
하르키우 외곽 도시에 거주하는 올라(64)도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3월 말 공습 때 러시아로 대피했던 올라는 지난달 고향으로 돌아와 남편과 아들 등 가족과 재회했지만, 손자는 아직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올라의 아들은 당시 러시아군에 끌려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구타당한 후 3일만에 석방됐으나, 길에서 붙들려간 스무 살 손자는 아직도 러시아의 미결수 구금시설에 억류돼 있다.
올라는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깨어난다"고 호소했다.
NYT는 전쟁이 벌어진 후 지난 5개월간 러시아의 구금시설에 끌려가 실종된 우크라이나인의 수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붙잡혀간 이들은 대부분 징집 가능한 연령대의 젊은 남성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이런 경험을 했으나,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러시아에 위치한 감옥까지 이송된 이들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우크라이나에서 287건의 민간인 실종·구금 사례가 파악됐으며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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