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발간
"미국의 공급주도 경제정책 참조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갭(실제 GDP-잠재 GDP)을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은 이미 기준치를 충족했다면서 하반기 성장률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치인 3.59%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물가상승폭이 커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측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한경연은 전망했다.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2.9%로, 2%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2분기까지는 GDP갭(실제GDP-잠재GDP)이 플러스(+)를 기록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돼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하락한다면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물가와 성장률 모두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하반기에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사전에 정책적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한경연은 "스태그플레이션은 과도한 유동성이 풀린 상태에서 공급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유동성 축소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단기적 경기침체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그러면서 1980년대 초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긴축정책과 1981년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주도 경제정책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온 미국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 상승 요인을 흡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비효율적인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공급주도 경제정책의 골자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한다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한 개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며 "수요 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 대증요법에 기댄다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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