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 대응을 위해 겸직 선택…오해 피하려고 비공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가 재임 시절 5개 부처 장관을 겸직했다며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모리슨 전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2020∼2021년 사이 내무부와 재무부, 보건부, 금융부, 자원부 등 5개 부처의 장관을 겸직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당시 나는 폭풍 속에서 배를 조종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초기에 총리로서 모든 것에 책임이 있었다"며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힘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해당 부처의 장관들이 코로나19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권력 공백이 우려돼 자신이 직접 이들 부처의 공동 장관을 맡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5개 부처의 장관을 겸임하면서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어떤 권한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장관 겸임 사실을 일부 장관이나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상시에만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었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오해받을 수 있고 (자신이 겸직한 부처의) 장관들의 신뢰를 손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겸직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리슨 전 총리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스스로 보건, 재정, 내무, 금융, 자원부 공동 장관을 맡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2020년 처음 보건부와 재무부 공동 장관을 맡았고, 2021년 5월에는 내무부와 금융부 장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자원부 장관도 겸직했는데 이때는 지역 사회에서 반대하던 가스 탐사 프로젝트 승인을 취소하며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총리 권한으로 프로젝트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공동 장관으로 장관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의회나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일부 부처의 경우에는 해당 장관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모리슨 전 총리가 소속된 자유당에서도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그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예외적이고 유례가 없으며 민주적 절차에 대한 모독"이라며 법무부 장관에게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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