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기습·본토 테러…우크라 장기전에 새로운 긴장기류

입력 2022-08-22 11:44   수정 2022-08-22 15:39

러 점령지 기습·본토 테러…우크라 장기전에 새로운 긴장기류
점령지 크림에 게릴라전…모스크바엔 친푸틴 겨냥 폭탄
러 매파 격분해 반격 선동…24일 우크라 독립기념일 전후 대공세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게릴라 공격과 대반격 준비.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기류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전선 교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 모스크바부터 크림반도까지, 러시아가 안전지대로 여기던 깊숙한 곳에서 폭발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당혹감 속에 분노의 반격을 준비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 6개월째를 맞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인 24일에 러시아가 대공세를 벌일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푸틴 사상가 노린 '차량 폭파'…러, 배후로 우크라 지목 분위기
19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사고가 러시아를 크게 자극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 하부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이 차에 타고 있던 러시아 친정부 언론인 다리야 두기나(30)가 즉사했다. 이 폭발은 원래 두기나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두긴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원래는 두긴이 문제의 차량을 운전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실제 두긴이 현장에 있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텔레그래프는 차량 폭파 후 두긴이 현장에서 머리를 감싸쥔 모습의 동영상을 입수, 21일 보도했다.
두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극우 사상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 찬성했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에는 우크라이나인에 대해 "죽이고, 죽이고, 죽이라"(Kill, kill, kill)라고 크렘린궁의 군사 행동을 선동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격의 배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 참모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 같은 범죄국가도, 테러국가도 아니다"라고 해당 사건과의 관계를 일축했다.
러시아 정부기관은 일단 수사결과를 봐야 한다고 배후를 속단하지 않지만 내부 매파들은 벌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쟁 옹호론자이자 푸틴이 즐겨본다는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방송 진행자 마르가리타 시모니얀 보도국장은 차량폭파 사건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반격 필요성을 주장했다.

◇ 러 영토 간주하는 크림반도에서 이미 우크라 게릴라전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최근 게릴라 공격으로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점령군에 작지 않은 피해를 준 바 있어,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앞서 이달 9일에는 크림반도에 주둔하는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항공부대 비행장에서 폭파 사고가 발생, 군용기 9대가 파괴됐다. 16일에는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의 군부대 탄약고와 그바르데이스코예 비행장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애초 이런 크림반도 폭파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적 전선 후방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정예 부대의 작전"이라고 실토했다.
우크라이나가 적 후방 심장부에 침투, 핵심시설에 타격을 주는 게릴라전을 수행 중이라고 비공식 인정한 발언이다.
CNN도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 문건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공격 주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러시아의 보급선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 후 사실상 영토로 간주해온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도 우크라이나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수도가 공격받은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 모스크바 매파 격분에 우크라 긴급 경계태세 돌입
이제 러시아의 반격 여부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스크바 차량폭발 이전부터 러시아 내부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대공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전쟁 6개월째를 맞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인 24일에 맞춰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힘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수도까지 공격당했다고 여긴다면 반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푸틴 정권의 나팔수라는 이유로 서방제재를 받고 있는 시모니얀 보도국장은 "우크라이나의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건물에 미사일을 날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긴이 편집장을 지냈고, 두기나가 해설자로 소속됐던 보수 성향 차르그라드TV도 "미사일로 키이우를 흔들어야 한다"고 강력한 공격을 촉구했다.
실제로 러시아 흑해함대는 순항미사을 탑재한 함선 5척과 잠수함을 전력에 추가했다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분석했다.
거세지는 공세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하르키우는 36시간짜리 통행금지령을 발령했고, 수도 키이우는 대규모 행사를 금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화상연설에서 "이번주 러시아가 더 끔찍한, 더 잔혹한 짓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적이 바로 그런 자들이다"라고 자국민에게 경고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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