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경두개 교류전기 자극술(tACS: transcranial alternating current stimulation)이 노인들의 기억력을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 대학 인지-임상 신경과학 연구실(Cognitive & Clinical Neuroscience Laboratory)의 로버트 라인하트 박사 연구팀이 65~88세 노인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전극들이 심어진 샤워 캡(shower cap)을 씌우고 하루 20분씩 연속 4일간 뇌에 전기 자극을 가했다. 이 전극들은 약한 전류를 방출하는 뇌 자극 장치와 연결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진짜 전류를 보내고 다른 그룹엔 가짜 전류를 보냈다.
전기 자극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팀은 이들에게 20개의 단어 리스트를 읽어주고 즉시 기억해 내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정상적인 노인성 기억력 저하를 겪고 있었지만 치매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진짜 전류로 뇌가 자극된 그룹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기억하는 단어 수가 늘어나면서 4일째에는 대조군보다 50~60% 기억력이 좋아졌다. 이러한 효과는 한 달 동안 지속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 시작 때 기억력이 가장 낮았던 사람들에게 뇌 전기 자극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하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에 전류를 보냈을 때는 읽어준 단어 리스트 중 맨 끝부분에 있는 단어들을 잘 기억했다. 즉 단기 기억이 개선된 것이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는 단어 리스트의 시작 부분에 있는 단어들을 잘 기억했다. 이는 장기 기억이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전류는 주로 리듬을 잃은 뇌 부위들에 보내졌다.
뇌세포들은 서로 연결돼 함께 신호를 전달한다. 따라서 정보가 제때 전달된다. 신경세포들이 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은 기억과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뇌를 전기로 자극하는 것은 이를테면 교향악단 지휘자가 여러 종류의 악기 소리를 조직하는 것처럼 신경세포들의 작동 타이밍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부작용으로는 실험 시작과 종료 때 가렵고 따끔거리는(tingling) 느낌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 전기 자극술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가 큰 실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인된다면 뇌 전기 자극술은 노인성 기억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알츠하이머병 약물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의 메릴 오웬 연구실장은 뇌세포들은 화학 신호와 전기 신호를 섞어서 서로 소통한다고 밝혔다
약물은 화학 신호를 표적으로 하지만 전기 자극은 전기 신호가 표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신경과학 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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