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록적 고환율에 무역적자, 정교한 대응 로드맵 세워야

입력 2022-08-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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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기록적 고환율에 무역적자, 정교한 대응 로드맵 세워야






(서울=연합뉴스) 우리 경제에 더블 경고등이 켜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년여 만에 장중 1,340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54억7천만 달러로 연간 최대 기록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22일 장중 1,34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23일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1,345.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340원대로 치솟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4억2천4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436억4천100만 달러를 기록해 102억1천7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250억 달러를 웃돌아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996년 기록(206억2천400만 달러)을 깼다. 더욱이 올해 무역수지는 1월에 이어 4~7월 연속 적자로 나타났는데, 이달까지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될 경우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 기록하게 된다. 올해 들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시련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다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데 이어 외환 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7분 현재 전날 종가보다 1.4원 떨어진 달러당 1,338.4원에 거래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9시 24분 외환 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구두 개입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최근 고공 행진하던 환율 상승 속도가 일부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촉발된 추세적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율이 올해 안에 1,400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환율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무역적자 등이 악순환할 경우 우리 경제에 엄청난 고통과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이전보다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해 수입 물가 인상 요인이 된다. 수입 물가의 상승은 이미 기록적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정점을 당초 예상보다 늦출 수 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하락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화 가치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이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게 된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오른 금리가 더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 더욱이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해 한국 경제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우리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우려와 관련, 경상수지 흑자 등을 근거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4월을 제외하고 6월까지 지속해서 흑자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달러가 워낙 강세인 데다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우리가 부닥친 문제를 세심하게 바라보고 긴밀하게 대처하면서도 장차 최악의 상황을 염두엔 둔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과거에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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