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9월 1일부터 일부 스마트폰에 내장된 e심(embedded SIM·내장형 심) 기능을 국내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국내에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단말기 중 애플 제품은 아이폰XS(2018년 출시)와 그 후에 출시된 모델들이, 삼성 제품은 올해 8월 출시되는 갤럭시Z 플립4와 폴드4가 각각 e심을 지원한다.
e심은 기존의 유심(USIM·범용 가입자식별모듈)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 즉 이 단말기를 쓰는 사용자와 이동통신사 회선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기존의 유심은 슬롯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방식으로 설치·제거가 가능하지만, e심은 기기에 내장돼 있으며 사용자 정보를 담은 '프로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e심의 다운로드 비용은 2천750원으로, 유심 구입 비용(7천700∼8천800원)보다 저렴하지만, e심의 진짜 강점은 따로 있다.
국내에 출시된 e심 탑재 휴대전화 단말기는 모두 1개 이상의 유심 슬롯이 있으므로, e심과 일반 유심 등 2개의 심을 모두 쓰는 '듀얼심' 모드가 가능하다.
따라서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등은 원래 전화번호와 회선을 유지하고, 여기에 다른 회선을 추가해서 알뜰폰 등으로 값싼 데이터 요금제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또 업무·사업용과 개인용으로 나눠 2대의 단말기를 쓰던 사람도 듀얼심으로 2개의 전화번호를 1대의 단말기에서 쓸 수 있게 된다.
e심 도입을 계기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어떤 새로운 요금제·서비스를 낼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며, 8월 말께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KT[030200]가 e심 지원 단말기를 위한 부가서비스 형태로 월 8천800원에 이 회사 번호 2개를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업무용 전화번호와 개인용 전화번호를 달리하려는 고객 등을 겨냥한 상품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이통 3사가 e심에 특화한 전용 요금제를 내놓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정 이용자를 차별하는 요금제는 출시할 수 없는데, e심 전용 요금제는 특정 단말기를 가진 이용자에게만 혜택을 주거나 이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e심의 도입이 얼마나 큰 파급력이 있을지 섣불리 예상하긴 힘들다"면서도 "알뜰폰 요금제를 새로 추가해서 얼마나 요금을 절약할 수 있을지도 잘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요금제 변경이나 신규 요금제 가입 등을 하려면 그만큼 금전적 부담도 생기고 수고도 들여야 하는데 그로 인한 요금 절약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2대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듀얼심 모드를 활용해 단말기를 1개로 줄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휴대전화 회선은 5천554만6천여건으로, 총 인구 수보다 많다. 한 사람이 2개 이상 회선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2의 휴대폰을 쓰는 사람은 대개 법인폰을 쓰는데, 법인폰은 회사 명의로 등록돼 있다"며 "명의가 다르다 보니 전화기를 2대 이상 쓰는 사람 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이통사들에 따르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부모나 다른 가족이 쓰도록 하는 이용자도 많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 역시 현행 통계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이동통신 업계에선 삼성과 애플이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내놓은 점 자체가 역설적으로 e심 도입의 파급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점을 보여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팔수록 좋은 단말기 제조사가 e심 지원 단말기를 출시했다는 점 자체가 e심 도입으로 단말기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e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일단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이 제도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실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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