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유죄 인정, 형량 과하지 않다"…만장일치로 상고 기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45억 달러(6조412억원) 규모 부패 스캔들로 재판받아온 나집 라작(69)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23일 징역 12년형 확정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베르나마통신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최고법원인 연방법원은 이날 나집 전 총리에 징역 12년과 벌금 2억1천만 링깃(628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관 5명 만장일치로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한다"며 7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되며 형량이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집 전 총리는 재판 후 곧바로 구속됐다. 가족들은 나집 전 총리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남쪽에 있는 카장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2009년 총리가 된 나집은 2018년 5월 총선에서 패해 자리에서 물러난 뒤 '1MDB 스캔들'로 수사받았다.
1MDB는 나집이 총리로 재직할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이 회사들 통해 총 45억 달러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유용된 자금 중 7억 달러(9천394억원) 이상이 나집 전 총리의 계좌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나집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사기 피해자"라고 반박해왔다.
나집 전 총리는 총 42개 혐의와 관련해 5건의 분리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중 1MDB의 자회사인 SRC 인터내셔널과 관련된 7개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가장 빠르게 진행됐다.
나집 전 총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SRC가 거액을 대출받도록 정부 보증을 승인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자신의 은행 계좌로 4천200만 링깃(126억원)의 수수료를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2020년 7월 7개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리며 징역 12년과 벌금 2억1천만 링깃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항소법원이 나집 전 총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한 데 이어 이날 연방법원도 유죄를 인정해 7개 혐의에 대한 판결이 확정됐다.
나집 전 총리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 기간 의회에 출석해 정치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재판부 허가를 받아 싱가포르에 있는 딸의 출산을 축하하러 다녀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날 법원 앞에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12년형이 확정됨에 따라 그는 내년 9월 이전 열릴 예정인 총선에는 출마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왕의 사면 등으로 기회를 얻어 나집 전 총리가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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