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헝가리 정부가 10년간 기상청을 이끌어온 기상청장을 전격 해임했다. 엇나간 기상 예보로 국경일 불꽃놀이 행사를 연기한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현지에서 나온다.
라즐로 팔코비치 헝가리 기술산업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관할 외청인 국립기상청의 코르넬리아 라딕스 국립기상청장과 기율라 호바스 부청장을 해임했다고 현지 언론들과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천문·기상 분야 전문가인 라딕스 청장은 2013년 1월부터 기상청을 이끌어왔다. 그가 호바스 부청장과 함께 자리를 돌연 떠나게 된 이유를 헝가리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헝가리 언론들은 기상청 예보로 인해 지난 20일 국경일 축제가 불필요하게 연기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8월20일은 헝가리 왕국의 탄생을 기념하는 국경일인 '성 이슈트반의 날'로,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특히 수도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주변에서 열리는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가 백미로 꼽힌다. 올해도 240개 발사 지점에서 약 4만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질 준비가 돼 있었다.
시민 200만명가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불꽃놀이 행사는 기상 예보로 인해 일주일 연기됐다. 헝가리 기상청이 당일 저녁 뇌우와 돌풍을 예보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 20일에는 부다페스트가 청명한 날씨를 나타내면서 기상청의 틀린 예보를 두고 비판 여론이 일었다. 기상청장 및 부청장의 동시 해임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인사 조처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헝가리 야권 일각에서는 엇나간 예보 한 번으로 기상청 일·이인자를 한꺼번에 해임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야당 모멘텀운동의 안드라스 페케테 죄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상청장은 현 정부가 원하는 날씨를 만들지 못해 해고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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