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 '퍼펙트스톰' 우려 속 외환보유고 빠르게 감소

입력 2022-08-25 10:29  

신흥국 경제, '퍼펙트스톰' 우려 속 외환보유고 빠르게 감소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환율 상승압력 속에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고 총액은 올해 1∼6월 3천790억 달러(약 509조원) 줄어들었다.
중동 석유 수출국과 중국의 대규모 외환보유액과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2008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게 JP모건의 설명이다.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각국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고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외화 유출과 환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고,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위기 징후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 중 하나는 스리랑카로, 5월에 이미 외화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달러 부족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생필품을 수입하지 못해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고 폭동도 빈발하는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 항공사들의 4억6천400만 달러(약 6천억원) 송금을 막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이집트·터키·가나 등이 외환보유고 부족에 따른 위기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데이터업체 CEIC에 따르면 이집트는 1∼7월 외환보유액의 26%를 썼으며, 남아있는 보유액 240억 달러(약 32조1천억원)는 3달 치 수입 대금 수준에 불과하다.
파키스탄과 가나는 올해 들어 각각 외환보유고의 33%, 29%를 썼다.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체코와 헝가리도 올해 외환보유고의 15%, 19%를 풀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타격을 받았으며,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5% 넘게 떨어졌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이들(위기 우려가 나오는 국가들)은 애초에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았다. 또 금융시스템에 접근이 안 되다 보니 외환보유고로 식량과 에너지 수입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위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피터 자산운용의 알레한드로 알레발로는 "저금리에 의존해왔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위험이 가장 크다"면서 지금은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까지 말라버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신흥국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하우너는 "(이집트 등) 주요한 식량·에너지 수입국들은 자국 통화 약세를 꺼린다"면서 "이는 (수입 물가를 올리는 만큼)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하고, 이미 인플레이션도 너무 높다"고 말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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