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원전 전문가 "발전소 내부 러 차량, 화재 진압 방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크라이나 원자력 전문가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전력망 교체 시도가 냉각체계 작동 문제 등으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포리자 원전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는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이자 전쟁 6개월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연결된 자포리자 원전 전력망을 끊고 자국 쪽으로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초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원자로 6기 가운데 2기가 가동 중이며 우크라이나 근로자 약 9천 명이 운영을 맡고 있다.
이달 들어 자포리자 원전에서 잇따라 포격이 발생하면서 최악의 원전 사고로 알려진 체르노빌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국제사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 파견을 모색하고 있다.
코틴 대표는 "전력망 교체는 바로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과는 다르다"며 "교체 작업 도중에는 예비 디젤 발전기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90분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원자로는 위험한 온도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시스템에 연결된 자포리자 원전의 모든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 연결 상황은 이미 굉장히 좋지 않다"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발전소를 잇는 주요 공급선 4개 중 3개가 훼손됐고, 원전과 재래식 발전소 간에 연결된 공급선 3개 가운데 2개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틴 대표는 원자로 주변 터빈 홀 내부, 원자로 사이를 잇는 길 아래에 배치된 러시아 군용 차량이 화재 발생 시 진화 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터빈 홀 한 곳에는 트럭 14대가 있고, 다른 터빈 홀에도 최소 6대가 있다고 들었다"며 "터빈 홀에서 불이 나도 트럭 때문에 소방대가 안쪽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터빈 홀에서 일어난 불이 원자로 건물로 번지면 원전과 우크라이나는 물론 세계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원자로와 터빈 홀 외에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도 재난을 야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에 최근 미사일이 떨어지기도 했다.
코틴 대표는 "시찰단이 1∼2주 이내에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면서 "러시아가 핵재앙을 야기하는 것을 막고 자포리자 원전을 돌려받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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