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가족 "사인 정보 없어 조사 필요"…경찰 "간·신장 이상으로 사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온 트랜스젠더 페루인이 마약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망자 가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행위와 폭행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요구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6일 안타라 통신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페루 출신의 로드리고 벤토실라(32)는 지난 6일 저녁 남편과 함께 비행기로 발리에 도착했다.
발리 세관은 그의 가방 속에서 대마초 등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했으며 그 자리에서 벤토실라를 발리 경찰 당국에 넘겼다.
벤토실라는 경찰 조사 중이던 8일 구토를 하고 복통을 호소했다. 경찰은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벤토실라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지난 11일 사망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그가 경찰 조사 중 알 수 없는 약을 먹었고 그 후 복통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우울증과 조현병 치료를 위해 각종 약물을 복용한 전력이 있으며 신장과 간, 신경계 기능 저하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벤토실라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차단됐다며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발리 경찰들에 의한 폭행과 인종 차별, 트랜스젠더 혐오 행위가 의심된다며 이것이 벤토실라의 사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벤토실라가 공부하던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학생들과 교수진도 교내 신문에 사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발리 경찰 당국은 폭행은 없었다며 사건은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페루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체포가 인종 차별이나 트랜스젠더 혐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의 인권을 엄격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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