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도 관사 군정 인사가 차지…15년 가택연금 양곤 주택은 매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구금 중인 사이 그가 살던 집이 군정 핵심 인사에게 넘어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유서 깊은 수치 가문의 양곤 자택은 매각이 결정됐다.
2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수치 고문이 구금 전 지내던 네피도 자택에서 최근까지 킨 이 통합단결발전당(USDP) 부의장이 생활했다.
수치 고문이 2016년부터 쿠데타가 발생한 작년 2월까지 거주한 국가 소유 주택이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 이후 모처로 옮겨져 가택연금 생활을 하다가 올해 6월 네피도의 교도소 독방에 수감됐다.
군부는 작년 8월 수치 고문의 물건을 모두 치우고 킨 이 장관이 입주하도록 했다.
킨 이는 이전 군사정권에서 경찰 수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군부의 쿠데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민주 진영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 이후 그는 친군부 시위를 조직하는 등 쿠데타 사전 작업을 도왔다. 군부는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군정의 이민부 장관직을 맡은 그는 지난주 물러나면서 이 집에서도 나오게 됐다.
수치의 집이 그의 손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쿠데타를 도운 보상이자 수치 고문에 대한 군부의 강한 혐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군인 출신인 킨 이는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과 등과 더불어 수치 고문에 대한 반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내 온 인사다.
그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꼽히며, 군정이 내년으로 계획 중인 총선에서 군부와 연계된 정당인 USDP의 당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 군정은 수치 고문이 이전 군사정권에 의해 15년간 가택연금 됐던 주택도 매각하도록 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주택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수치 고문은 미국 시민인 오빠 아웅산 우와 유산 소송을 벌여왔다.
군정이 장악한 대법원은 수치 고문이 구금 중인 가운데 주택 경매와 수익금 분배를 요구하는 아웅산 우의 청원을 받아들여 매각을 승인했다.
수치 고문의 장기 가택연금으로 잘 알려진 양곤 인야호수변의 2층짜리 주택은 8천㎡의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이 1947년 암살당한 뒤 부인 킨치 여사에게 양도됐다.
수치 고문은 이 집에서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나기도 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