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일수록 빗물 흡수 안돼…영 미처리 하수 골치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가 하수 방출 문제를 두고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출신 유럽의회의원(MEP) 3명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영국 수도회사들이 영국해협과 북해에 미처리 하수를 방출해 프랑스 해안 일대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서한을 보낸 의원들은 유럽의회 수산위원장인 피에르 카를레스킨트를 비롯해 모두 프랑스 집권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르네상스 전신) 소속이다.
이들은 방출 행위가 공유수역 보호를 위한 UN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에 영국의 방출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이같은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환경식품농림부는 BBC에 "EU에 속해 있을 때보다 수질 관련 법을 훨씬 더 강화했다"며 "수도회사들에 대해서도 방출 빈도와 규모를 줄이고 폐기 시 실시간 보고를 할 수 있는 감시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입장을 냈다.
EU 집행위는 프랑스 의원들이 제출한 항의서한과 관련해 아직 영국 당국과 접촉하진 않았으며, 조만간 답변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하수 방출 문제는 영국 내에서도 고질적인 현안 중 하나다.
영국에서는 대부분 화장실 폐수를 비롯한 모든 생활하수가 빗물과 같은 파이프로 운반해 처리하는 하수처리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폭우가 내려 빗물의 양이 평상시보다 많아지면 하수처리 능력 부족으로 홍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홍수 방지 차원에서 특수한 경우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강이나 바다로 곧장 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땅이 빗물을 흡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짝 메마른 상태에서 예상 밖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홍수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불가피하게 미처리 하수를 방출해야 했다는 게 영국 수도회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 일부 해변에서는 미처리 하수로 인해 오염이 됐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등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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