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이란에서 '금녀의 공간'으로 꼽히는 축구경기장에 모처럼 여성 관중의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히잡을 쓴 채로 얼굴에 응원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그려 넣고 목놓아 응원합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앞다퉈 휴대전화를 드는 여성 관중도 눈에 띕니다.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1부리그 에스테그랄 테헤란과 메스 케르만 간 경기에 여성 관중 입장이 허용됐습니다.
이란 체육청소년부가 이날 경기에서 일반 여성 관중의 입장을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겁니다.
이란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한 기록이 1981년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정확히 41년만입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유지하는 사회로 바뀐 이후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금지했습니다.
고위 공직자, 선수단 가족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날처럼 프로리그 경기에 여성팬의 입장을 정식 허용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조치로 '금녀의 벽'을 허무는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날도 경기장 약 7만8천석 가운데 30%인 2만8천석 정도만 여성의 몫으로 배정됐습니다.
또 '여성 전용 구역'에만 모여 앉도록 철망 울타리를 치고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아직 리그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체육청소년부 측은 이번 여성 관람 허용에 대한 여론 등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테헤란 외 다른 도시로도 확대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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