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혹독한 올겨울…"중앙난방 늦게 켜고 실내온도 21→17도"

입력 2022-08-29 07:58   수정 2022-08-29 08:19

우크라 혹독한 올겨울…"중앙난방 늦게 켜고 실내온도 21→17도"
현지 국영 가스회사 회장 英가디언 인터뷰…"동맹국 지원과 러시아 변수에 달려"
러시아가 우크라 가스시설 파괴하거나 가스공급 줄이면 타격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우크라이나가 수십년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을 것이라고 현지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의 유리 비트렌코 회장이 전망했다.
비트렌코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구소련 시대의 자국 중앙난방 시스템을 예년보다 더 늦게 가동시키고 더 일찍 끌 것이라고 예고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난방장치의 온도조절기가 평소보다 낮게 조절될 것이라며 실내온도가 보통 때보다 섭씨 4도가량 낮은 17∼18도로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외 기온이 겨울 평균보다 10도 넘게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자국민이 담요나 따뜻한 옷가지를 비축해놓으라고 조언했다.
실제 실내온도 목표값은 우크라이나의 가스 수입을 위한 국제사회 지원과 더불어 러시아라는 변수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비트렌코 회장은 "(서방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우린 가스가 부족할 것이고 이는 곧 정전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걸 뜻한다"면서 "(가스 수입이 없다면) 우크라이나 상당수 지역에 정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40억㎥ 상당의 가스수입을 목표로 하는 상황으로 이를 위해 100억달러(약 13조 4천억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필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가스 중 60%를 국내 생산하고 나머지는 유럽에서 시장 가격에 수입해오는 식으로 충당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직수입하는 것은 2014년 중단했는데 러시아가 에너지를 지렛대로 삼아 우크라이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전까지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올리가르히(신흥재벌)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가스를 받는 대신 이를 용인하면서 양국 간 가스 계약은 장기간 이어진 부패의 근원으로 작용했다.
다만 현재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가스를 들여오면서 사실상 러시아 가스를 간접적으로 소비하고 있긴 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공급을 더 줄여 가스 가격이 더 올라가면 우크라이나가 받는 타격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전장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중요 가스시설이나 발전소 등을 겨냥해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설정한 수입목표치 또한 늘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가스전 약 절반은 전선에서 불과 6㎞가량 떨어진 제2도시 하르키우 지역에 있다.
주요 가스시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동식 보일러나 디젤 발전기 등을 포함해 비상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비트렌코 회장은 "키이우나 하르키우 같은 대도시가 정전된다면 키트가 충분하진 않겠지만 소도시의 경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든 건 피해 규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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