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계로 죄수석방·자금동결 해제 맞교환…미 의회승인 절차 논란 가능성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유럽연합(EU)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여부 결정을 앞둔 가운데, 중재안에 담긴 핵합의 복원 일정과 내용이 이스라엘 언론에 공개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9일(현지시간) EU가 내놓은 중재안에는 핵 협상이 타결되면 165일간 4단계에 걸쳐 핵 합의를 복원한다는 일정표가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미국과 이란은 핵 합의 복원 합의서 서명 이전에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죄수 석방과 국제 은행 계좌에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를 맞바꾸는 거래를 마무리 짓게 된다.
동시에 이란은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 폐기 이후 진행해온 우라늄 농축 등 합의 위반 사항을 더는 진행하지 않고 동결한다. 다만, 지금까지 농축한 우라늄은 보관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합의 복원을 위한 미국 내 의회 승인 절차다. 중재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합의안을 미 의회에 상정하는데 최대 5일, 이후 의회 검토 및 승인에 30일의 기간을 설정했다.
다만, 의회 승인 절차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핵합의 복원 비판 세력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며, 승인이 진행되는 동안 입법 절차가 필요한 대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과 이란이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의회 검토를 거쳐 실행되다가 폐기된 합의를 되살리는 것인 만큼, 의회의 검토 및 승인 절차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핵합의 복원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이란을 제재 회피처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란도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다.
어쨌든 이런 논란을 뚫고 의회 승인 문제가 해소되면 미 국무부는 60일 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합의 복원을 통보하는 3단계 절차를 진행한다.
또 그로부터 60일이 지나면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 이행사항과 절차를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한다. 이때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해제한다.
서명 후 165일이 되면 미국은 공식적으로 핵 합의에 복귀하고, 남은 대이란 제재는 모두 해제된다. 동시에 이란은 잉여 우라늄 농축시설을 제거한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과 핵 합의에 서명했다. 이란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의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이란과 당사국들은 지난해 4월부터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EU는 협상이 장기 교착국면에 빠지자 중재안을 제시했고, 미국과 이란은 중재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상대측 의견서를 평가하고 있다.
한편, 핵 합의 복원을 결사반대하는 이스라엘은 EU의 중재안을 기본으로 한 합의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유럽의 중재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던 게 아니라고 미국 측에 말했다"며 "그것은 (중동 방문 중)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던 내용, 그가 서명한 예루살렘 선언에 들어있던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다음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이란 핵 합의에 관한 양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한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다음 주 미국으로 건너가 상원 정보위와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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