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국' 이탈리아의 선거철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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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에 '반려동물의 시간'이 왔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전체 유권자의 20%에 이르는 반려인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는 양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은 최근 인도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해 "동물에 대한 인식은 그 나라 문명 수준의 척도"라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개는 천사와 어린이들의 중간쯤 되는 존재"라고 했다.
멜로니 의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과 대척점에 선 범좌파 지도자들도 다르지 않다.
중도 성향 정당 '아치오네'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반려묘 사진을 올린 뒤 "나를 떠나지 않는 유일한 가족 구성원"이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반려동물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가정에서 동물을 많이 키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견과 반려묘는 약 2천만 마리에 이른다.
개와 고양이 사랑이 유별난 이탈리아에선 정치인들이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있는 사진이 빠지지 않는다.
시작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였다. 베를루스코니는 어딜 가든 애견 '두두'를 데리고 다니며 화제를 모았다.
언론 노출이 잦아지면서 두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어났고, 급기야 두두가 동성애 강아지라는 소문이 퍼져 베를루스코니 측에서 이를 공식 부인하기까지 했다.
2011년 11월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취임한 이탈리아 총리인 마리오 몬티는 유세 기간, 차가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강아지를 안고 TV 인터뷰에 응했다.
몬티의 강아지는 아니었다. 몬티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지만 이미지 연출이 필요하다는 선거 참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라스탐파'는 전했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2015년 총선 레이스를 위해 요크셔테리어 품종 강아지를 잠시 입양하기도 했다.
'라스탐파'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누가 더 동물을 사랑하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듯한 양상을 '반려동물 정치'라고 정의했다.
다만 그 어떤 정치인도 시베리아허스키나 불도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비꼬았다.
또한 간디까지 언급하고, 개는 천사와 어린이의 중간쯤이라고 했던 이들이 이주민의 반려동물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의원이 2020년 6월 튀니지 난민 11명이 강아지를 안고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상륙한 것을 두고 "정부가 불법 이민자들로는 모자라 그들의 강아지까지 허용했느냐"고 쏘아붙인 것을 언급한 것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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