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원전 시찰 놓고 엇갈린 시각 표출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원단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으로 심각한 안전 위협에 처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으로 시찰을 나가는 데 대해 교전 중인 양국은 서로 다른 전망과 평가를 내놨다.
원전 일대를 점령 중인 러시아는 지원단의 시찰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우크라이나는 잇따른 포격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지원단이 현지에서 겪게 될 '악조건'을 우려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에 "IAEA 지원단이 파견을 준비하는 데 우리가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을 계속 포격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단이 원활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IAEA 소재지인 오스트리아 빈에 주재하는 미하일 울리야노프 대사도 지원단 파견을 환영하면서 "IAEA 지원단의 방문이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여러가지 불리한 추측을 불식시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반면 스웨덴 스톡홀롬을 방문 중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원단의 임무가 IAEA 역사상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현지에는 러시아가 전투 활동을 벌이고 있고 자신의 존재를 합법화하기 위해 뻔뻔한 수단을 쓸 것임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지원단의 임무가 가장 힘든 일"이라고 언급했다. 원전 부지를 장악한 러시아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원단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유도할 우려가 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쿨레바 외무장관은 "우리는 원전 안전 수칙 위반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를 놓고 지원단이 명확한 성명을 내주길 기대한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 사고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원단 파견 소식을 전했다. 중립국 출신이 중심이 된 전문가 13명과 그로시 사무총장까지 참여한 14명의 지원단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이번 주 안에 시찰 임무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유럽 최대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최근 잇따른 포격 속에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고조되는 곳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의 포격 탓에 이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6개 원자로를 갖춘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3월에 러시아군에 장악됐지만, 운영은 아직 우크라이나 국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 기술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