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누출 등 기술적 문제 속출…기상도 안 도와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29일 달을 향한 첫 비행에 나서려다 엔진 결함으로 발사가 연기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연료주입 중 수소가 누출되는 등 발사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SLS에 대한 연료 주입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주변의 뇌우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됐다.
그나마 극저온 연료주입 과정에서 폭발력이 강한 수소가 누출되는 것이 확인돼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수소 누출 부위는 실제 발사 때와 똑같이 초읽기를 하며 최종적으로 기능점검을 한 '비연소시험'(WDR) 때와 같은 곳이었다.
SLS는 WDR 과정에서도 수소 누출 등의 문제로 네 차례 시도 끝에 연료 주입을 완료하는 등 70만 갤런에 달하는 극저온 액화 수소와 액화 산소를 연료 탱크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다행히 기술진이 누출되는 수소의 양을 줄여 현장에서 해결했지만, 1단 로켓(core stage) 하단에 장착된 네 개의 RS-25 엔진 중 하나가 발사에 적합한 온도까지 냉각되지 않는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엔진이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극저온 연료가 주입되면 온도에 의한 충격으로 금속으로 된 엔진이 파열할 수 있는 만큼 중대한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로켓 상단의 환기밸브 주변에서 또다른 수소 누출이 발생했으며, 로켓에 탑재된 우주선 '오리온'과 발사통제실 간의 통신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또 1단 로켓 엔진과 연결된 오렌지색 연료탱크에는 금으로 우려되는 곳이 발견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으나 나중에 절연체 틈에 성에가 축적돼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발사통제관 찰리 블랙웰-톰슨은 엔진 결함 등을 현장 조치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예정된 발사 시각을 7분 가량 넘긴 오전 8시 40분께 발사 취소를 선언했다.
발사 초읽기가 중단된 직후 발사장 주변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들어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등 기상이 악화해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발사가 예정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혔다.
NASA는 발사를 연기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된 엔진 냉각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으나 엔진 자체보다는 엔진과 연결된 배관 상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LS 엔진 문제가 발사대에 세워진 채 해결되지 않고 다시 조립동으로 옮기게 되면 반세기 만의 달 복귀를 향한 첫걸음 격인 달 궤도 무인 시험비행은 한 달 이상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와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SLS는 신형 로켓이며, 준비될 때까지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발사체를 새로 개발해 발사하는 과정에서 수소 누출 등 기술적인 문제로 막판에 발사가 연기되는 것은 드물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981년 첫 우주왕복선이 개발돼 발사할 때도 발사 직전에 초읽기가 중단된 적이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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