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치하 생활고에 금기 깨지나…미얀마서 극단적 선택 잇따라

입력 2022-08-30 19:07  

군부 치하 생활고에 금기 깨지나…미얀마서 극단적 선택 잇따라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최근 군부 치하 미얀마 서민들의 생활고가 날로 심화되면서 그간 금기시되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 국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군부의 학정과 정책 실패로 주민들의 팍팍한 삶이 한층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미얀마 매체 이리와디와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중심부에 위치한 인야호수에 전날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긴급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방대원들은 사건 현장에서 수색을 펼쳤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한 소방대원은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최근 몇 년 동안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전날에도 양곤 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한 육교에서 50대 남성이 투신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양곤 근처 바고 지역 제2의 도시인 삐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리와디 등은 20대 여성이 삐의 하천 교량에서 3살짜리 어린 딸을 업은 채 투신했다고 보도했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현장 수색에 나섰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이 불교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금기시하는 미얀마 사회를 감안하면 최근의 사례들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관련 통계(2019년)를 보더라도 미얀마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10만 명당 3명으로 주변지역의 평균치 10.2명보다도 현저히 낮고, 전 세계 183개 조사대상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일 만큼 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잇따라 미얀마에서 철수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경제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수입 규제와 잇단 외환정책 실패로 수출입 시장이 무너지고 연료난이 촉발되면서 상황은 한층 악화되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빈곤층은 전체 인구 5천500만 명의 약 40%인 2천200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유엔개발계획(UNDP)은 미얀마 빈곤층의 하루 생활비가 1천590짯(약 1천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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