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우크라 다독이기…"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시작"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극우 사상가 딸 사망과 관련해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라고 말한 것에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반발하자 교황청이 진화에 나섰다.
교황청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교황의 말씀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이와 관련된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낸 목소리로 읽혀야 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과 러시아 침공 6개월째였던 지난 24일, 일반 알현에서 전쟁의 광기로 인한 희생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숨진 사건을 언급했다.
교황은 "모스크바에서 그 불쌍한 여성이 카시트 밑에 설치된 폭탄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갔다"며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건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유라쉬 주교황청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침략자와 희생자를 같은 범주에 넣어서 말해선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뒤이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키이우에 파견된 교황청 특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정치적으로 재단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연방에 의해 시작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다독였다.
이에 대해 dpa 통신은 교황청이 전쟁을 일으킨 주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교황청은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전쟁이 도덕적으로 부당하고, 용납할 수 없으며, 야만적이고, 무분별하고, 혐오스럽고, 신성모독이라는 점을 명료하고 분명하게 규탄해왔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와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교황은 지난 6월 바티칸 언론 '시빌타 카톨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내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은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복잡한 배경과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선인과 악인으로 단순 구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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