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펠로시 방문 빌미로 노골적으로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 시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기 연임이 결정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를 어떻게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도 높은 '관세 분쟁'으로 대립해온 미·중 양국이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등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대만 문제가 가장 위협적인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만 카드'가 미·중 양국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이끄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두 강대국이 충돌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미·중 간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근거로 이용된다.
사실 시 주석이 3연임 확정을 위한 자국 내 여론몰이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바이든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중 강경정책이 절실한 입장인 점도 미중 대립의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30일 당 대회 일정을 공개하면서 당 대회에서 다뤄질 의제 중 하나로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전면 추진'을 제시했다.
집권 10년간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을 강조해온 시 주석은 그동안 "완전한 통일 실현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필연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중국 국무원은 22년 만에 다시 발간한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 통일사업 백서'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다시 명시한 뒤 "비평화적인 방식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9년 국공내전이 끝난 이후 중국은 대만 섬을 통치한 적이 없지만, 어떤 희생을 치러서도 꼭 되찾아야 할 '미수복 영토'로 간주한다. 마카오와 홍콩을 돌려받고, 이젠 대만 통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에게 대만 통일은 굴욕의 식민지 시기를 포함해 100년여에 걸친 중국공산당 역사를 넘어 수천 년 중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후 집권 기간 대만 통일에 나설 강력한 정치적 동기가 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https://img.wowtv.co.kr/YH/2022-08-31/PXI20220805001101009_P2.jpg)
중국은 미국 의전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달 대만 방문(2~3일)을 대만에 대한 접근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국제사회 반발을 우려해 도발을 자제해온 이전과는 뚜렷하게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 영공과 영해까지 침입하는 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이제는 군용기들을 매일 대만 해협 중간선 넘어 들여보내고 있다. 중간선을 아예 지우려 하고 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 체결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이른바 대만 해협의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중간선을 넘어오지는 않던 중국이 보란 듯이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http://img.yna.co.kr/photo/yna/YH/2022/08/04/PYH2022080420440008300_P2.jpg)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해 중국은 이 지역에서 '뉴노멀'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했다시피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을 통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계속해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기에는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대만을 지원하는 것이 포함되며, 대만인들의 안보 또는 사회·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어떠한 힘 또는 강압에 반대하기 위해 미국의 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자체 방어 수단을 제공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접근으로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이 같은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중국의 대만 침공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쳐 강경 노선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무력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평화적 통일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대만 민심을 흔드는 심리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8일 "중국공산당이 이달 1일부터 오늘 정오까지 대만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려는 시도를 272회 적발했다"며 이를 군인과 민간인의 사기 저하(130건), 무력 통일 분위기 조성(91건), 대만 정부의 권위 공격(51건) 등으로 분류했다.
이를 통해 오는 11월 대만 지방선거와 2024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을 무력,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방위 공세로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의 기반을 흔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 총통 선거 등 향후 선거에서 민진당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할지를 두고 대만인들 사이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조사 대상자의 44.1%는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47.5%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2/08/31/AKR20220831016200074_01_i.jpg)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