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복잡한 임무"…1~2일 소요, 일부는 사찰 후에도 체류
IAEA 사무총장 "사찰 임무 상시적 운영이 가장 중요"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조성흠 특파원 =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 등을 점검하기 위해 31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원전을 향해 출발했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자포리자로 떠나기 전 "이번 임무는 매우 복잡하다"며 "우리는 전쟁 지대, (러시아가) 점령한 땅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도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자포리자 원전을 사찰하기 위한 사절단이 우크라이나에서 상시로 운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시적 사찰 임무 조직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면서 "핵 사고를 막기 위해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소재지인 에네르호다르의 러시아측 행정부는 사찰단이 다음 달 1일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타스 통신에 전했다.
또한 사찰에는 1~2일이 소요되고 이후에도 6~8명의 IAEA 전문가가 사찰 후에도 현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을 수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사찰단이 전선을 뚫고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임무 완수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이란, 북한에서도 원전 시설을 사찰한 IAEA가 역사상 가장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NYT에 "전쟁터에서 안전한 길을 찾아 원전에 닿으려면 많은 도전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 일부를 점령한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찰단이 우크라이나 관할 구역에서 전선을 통과해 원전에 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 관계자는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사찰단이 하루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전쟁 초기에 차지한 자포리자 원전과 우크라이나 군대가 지키고 있는 니코폴 사이에는 드니프로 강이 흐르고 있다.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는 원자로 6기 중 2기가 가동 중이며, 우크라이나 인력이 운영을 맡고 있다.
사찰단은 원전 현장에서 안전관리 체계와 방사능 유출 가능성, 근로자 노동 환경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들의 활동을 앞두고 원전 일대에서 포격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에 따르면 지난주 자포리자 원전과 인근 에네르호다르를 목표로 한 포격 강도가 70% 높아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국에 포격 책임이 있다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어 공격 주체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사찰에 맞춰 원전을 비무장화하는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NYT에 러시아군이 포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군이 사찰단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견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야네즈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원전은 전장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삶이 위험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상황을 주시하면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오딘화 칼륨(KI·또는 요오드화 칼륨) 알약 550만 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약품은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psh59@yna.co.kr,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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